지속사용 땐 유해 → 유해성 낮다… 한발 뺀 정부 ‘OIT필터’ 불안 가중

입력 2016-07-27 04:42

옥틸이소티아졸론(OIT)이 함유된 항균필터의 유해성 논란이 확산되는데 환경부는 ‘정상적으로 사용할 경우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는 입장을 내놨다. 불과 엿새 만에 ‘위해가 우려된다’에서 ‘위해도가 낮다’로 한발 물러섰다. 환경부가 오락가락하면서 국민 불안은 가중되고 있다. 제품·기업명이 공개되고 회수 권고까지 받은 업체들은 불만을 표하고 있다.

환경부는 항균필터의 OIT의 함량과 방출량 시험, 초기위해성 평가를 종합한 결과 일반적인 사용 환경에서는 크게 위험하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고 26일 밝혔다. OIT는 미국 기준으로 면역독성물질, 유럽연합(EU) 기준으로 피부 부식성·과민성 물질로 분류된다. 우리도 유독물질로 지정하고 있다.

다만 OIT의 흡입독성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의 원인물질인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보다 낮다. OIT의 무영향관찰농도(NOAEL)는 0.64㎎/㎥으로 CMIT/MIT(0.34㎎/㎥)를 밑돌았다. 무영향관찰농도는 90일간 유독물질을 반복 흡입한 실험용 쥐가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 농도로 수치가 낮을수록 위험하다.

환경부는 OIT 함유량이 높은 공기청정기 필터 4종과 차량용 필터 3종을 대상으로 방출실험을 하고 위해도가 크지 않다는 판단을 내렸다. 초기위해성 평가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90일 동안 쉬지 않고 기기를 가동해 필터 내 OIT를 전량 배출하는 극단적인 상황에서 시간가중 평균농도는 0.001∼0.007㎎/㎥에 그쳤다. 노출한계(MOE) 역시 쿠쿠(62)와 현대모비스(89) 제품을 제외하면 안전한 수준이었다. 노출한계가 100에 못 미치면 위해가 우려된다.

환경부 관계자는 “OIT가 흡습 및 흡착성이 높은 물질이라 공기 중 잔류시간이 짧고 방출 후 수분과 만나 3시간이면 소멸 또는 분해돼 공기 중 농도가 낮은 것으로 추정된다”며 “현재로선 위해도가 낮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임시콜센터에 최근까지 걸려온 400여통의 문의 전화 중 건강 피해를 호소한 민원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위해가 우려된다’던 입장을 번복한 셈이다. 환경부는 지난 20일 7개 기업에서 만든 공기청정기, 차량용 에어컨, 가정용 에어컨 88개 제품에 OIT가 함유됐다고 밝혔다가 22일에는 일부 제품을 제외한 84개 모델로 목록을 고치기도 했다.

환경부는 사용 환경 등에 따라 위해도가 달라질 수 있어 예방 차원에서 OIT 함유 항균필터의 전량 회수를 권고했다고 설명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자주 창문을 열어 환기하고 낮은 온도에서 약한 바람으로 운용해야 한다”며 “얼굴 바로 앞에서 기기를 작동시키는 것도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부의 이런 발표는 이미 팽배한 불안감만 더 부추겼다. 직장인 김모(46)씨는 “일주일도 되지 않아 말이 달라졌는데 어떤 말을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 발표가 혼란을 키웠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