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보액션의 바이블 ‘본’ 시리즈가 재가동됐다. 제이슨 본, 그리고 맷 데이먼이 9년 만에 돌아왔다. 긴 기다림이 아쉽지 않을만한 완벽한 귀환이다. 왜 이제 왔느냐고 따지고 싶을 정도다.
먼저, 시리즈의 시작으로 거슬러 올라가볼까. 무려 14년 전이다. 더그 라이먼 감독의 ‘본 아이덴티티’(2002)에서 주인공 제이슨 본(맷 데이먼)은 기억상실증에 걸린 상태로 처음 등장했다. 모든 기억이 사라졌지만 본능적인 전투력만큼은 잃지 않은 그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이 시리즈의 줄기다.
제이슨 본은 미국 CIA의 비밀 프로젝트 트레드스톤을 통해 육성된 인간병기다. 이런 사실을 숨기려는 CIA에게 도리어 쫓기는 신세가 된 그는 조직이 숨기려는 비밀과 음모에 대해 하나 둘 파헤쳐나간다.
본 시리즈가 확고한 정체성을 갖게 된 건 폴 그린그래스 감독을 만나면서다. 그가 연출한 ‘본 슈프리머시’(2004)와 ‘본 얼티메이텀’(2007)을 거치며 제이슨 본만의 액션이 완성됐다. 탄탄한 연출력과 몸을 사리지 않는 맷 데이먼의 연기가 만나 폭발적인 시너지를 형성했다.
‘본 얼티메이텀’을 끝으로 폴 그린그래스 감독과 맷 데이먼이 동반 하차하면서 시리즈는 위기를 맞았다. 두 사람이 빠진 채 만들어진 ‘본 레거시’(2012)가 관객의 외면을 받았다. 또 다른 비밀요원 애론 크로스(제러미 레너)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 제이슨 본이 없는 본 시리즈는 앙꼬 빠진 찐빵이나 다름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본 시리즈의 주역들이 다시 뭉쳤다. 폴 그린그래스 감독과 맷 데이먼을 비롯해 촬영·제작·편집·음악 등 오리지널 제작진이 합류했다. 27일 개봉하는 영화 ‘제이슨 본’을 향한 기대가 유독 높은 이유다.
26일 시사회를 통해 첫 선을 보인 제이슨 본은 명불허전의 클래스를 증명했다. 치밀하게 짜인 이야기 구조 위에 시원한 액션이 펼쳐졌다.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을 놓지 않고 속도감 있게 달린다. 시리즈를 기다린 팬들의 오랜 목마름을 말끔히 씻어줄 듯하다.
파편화된 기억만 가지고 아버지 죽음을 둘러싼 비밀을 찾아 나선 제이슨 본의 모습에서 영화는 시작된다. 그의 오랜 조력자인 니키 파슨스(줄리아 스타일스)가 CIA 전산망을 해킹해 관련 정보를 빼내오며 두 사람은 CIA의 추적을 받게 된다.
트레드스톤보다 강화된 아이언핸드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던 CIA는 비상에 걸린다. 로버트 듀이 국장(토미 리 존스)은 제임스 본과 악연이 있는 저격수(뱅상 카셀)에게 그를 없애라고 지시한다. 그러나 사이버 전문가 헤더 리(알리시아 비칸데르)가 제임스 본을 제거하기보다 복귀시키자고 주장하면서 미묘한 갈등을 빚는다.
제이슨 본은 피하고 CIA는 쫓는다. 눈을 뗄 수 없는 액션신이 쉴 틈 없이 이어진다. 특유의 소품 활용 액션이나 군중을 뚫고 펼치는 추격신이 그대로다. 특히 그리스 도심 시위대 사이에서 바이크를 타고 도망치는 장면이나 라스베가스에서 벌이는 역주행 카 체이싱은 길이 남을 명장면이다.
맷 데이먼의 녹슬지 않은 액션과 한층 깊어진 감정연기가 돋보인다. 세월의 흐름이 엿보이는 주름진 얼굴마저 반갑다. 123분. 15세가.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맷 데이먼 ‘제이슨 본’으로 귀환… 치밀한 구성·시원한 액션 ‘역시 명불허전’
입력 2016-07-27 1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