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 탈출 책 여행 어떠세요?

입력 2016-07-27 20:36 수정 2016-07-27 21:24

사상 최고로 더운 여름입니다. 더위를 피해 멀리 떠나는 것도 좋지만 멀리 갈 것 없이 방이나 집 근처 카페에서 ‘책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요. 세계적인 변증가 오스 기니스와 함께 삶의 의미를 돌아보세요. 김기석 청파교회 목사의 편지를 읽다보면 절망스러운 세상에서 한 가닥 희망의 빛을 보게 될지 모릅니다. 우리가 사는 시대와 신앙의 조화를 고민하는 크리스천들에겐 라인홀드 니버와의 만남을 추천합니다.

먹방이 대세인 시대에 크리스천의 먹는 문화는 어떻게 달라야 할까요? 먹는 문제로 고민하는 크리스천을 위한 책도 골라봤습니다. 취향에 따라 필요에 따라 마음 가는 대로 골라 읽어보세요.

인생/오스 기니스 지음/박지은 옮김/복 있는 사람

수많은 선택을 앞에 둔 십대부터 황혼기에 이르기까지, 인생의 가장 중요한 문제는 ‘어떻게 삶의 목적을 찾고 그것을 만족시킬 수 있는가’이다. 우리는 잠시 멈춰 서 인생이 무엇이며 우리가 어디로 달려가고 있는지 질문할 시간을 가져야 한다.

책은 ‘와서 보라’며 인생의 여정에 관심을 갖는 이들을 초대한다. 신앙이 없는 독자들에게는 다양한 신념들을 분석하고 각각의 의미들을 깊이 생각해 진정한 삶의 목적을 추구하도록 이끈다. 또 헌신되어 있으나 신앙의 모호함을 해결하지 못한 신앙인들에게는 명쾌한 재성찰을 돕는다.

세계적인 기독교 변증가인 저자는 만족스러운 삶에는 세 가지 요건이 있다고 말한다. 첫째 정체성에 대한 분명한 인식, 둘째 사명에 대한 강한 인식, 셋째 삶의 의미에 대한 깊은 인식이다. 세 번째 요건은 영적인 부분과 맞닿아있다. 즉 살아가야 할 이유가 있는 사람은 어떤 삶의 방식도 견딜 수 있다. 생각이 결과를 낳고 신념이 행동에 영향을 미치며 차이가 변화를 불러오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의 가장 깊은 열망은 삶이라는 여정에서 의미와 소속감을 느끼는 것이다.

책은 철학자 사상가 구도자들이 인생의 의미를 추구해온 발자취를 보여 주며, 인생의 의미에 대한 자신만의 고유한 답을 찾아 나서도록 권한다. 특히 삶에서 일어나는 도전을 통해 ‘다른 무언가’를 갈망하게 된 사람들, 삶의 수수께끼를 풀기 원하는 사람들, 중요한 것들로 채워진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궁극적인 집’(천국)으로 가는 여정에 동참하게 한다.

<독서 Tip>
그의 대표작 ‘소명’을 함께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 하나님의 부름을 받는 것이 무엇이며, 소명이 우리의 삶에서 어떻게 체화되어 나타나는지를 깊은 묵상과 통찰로 풀어간다. 저자는 성경, 역사, 고전, 전기, 자신의 경험을 넘나들며 ‘소명’의 사람들 이야기를 한다. 이지현 선임기자 jeehl@kmib.co.kr

세상에 희망이 있느냐고 묻는 이들에게/김기석 지음/꽃자리

인문학적 소양과 내밀한 신앙고백이 어우러진 글쓰기의 표본을 보여주는 청파교회 김기석 목사가 52명에게 쓴 편지를 묶은 책이다. 수신자는 홍성훈 오르겔 마이스터나 가수 나무엔처럼 드러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그저 편지 내용으로 사정을 짐작할 뿐인 사람들이다. 김 목사는 “이 책은 내게 다가와 자기 삶의 이야기를 나눠준 그 멋진 벗들이 들려준 고민에 대한 나의 응답”이라며 “어떤 경우에도 내가 답을 제시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고민을 함께 나누고 싶었을 뿐”이라고 적었다.

제목처럼 “세상에 희망이 있느냐”고 묻는 이들에게 김 목사는 이렇게 답한다. “희망에 대해 생각할 때마다 정글도를 들고 덩굴 숲을 헤치고 나가는 사람들이 떠오릅니다. 마치 베어진 풀과 나무의 상처에서 피어나는 상큼한 향을 맡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 얼음을 깨고 나가는 쇄빙선이 떠오를 때도 있습니다. 쩡쩡 갈라지는 얼음의 파열음이 들리는 듯합니다.” 그러면서 “희망에 대해 말하기 위해서는 관념이 감옥에서 벗어나 실천의 벌판에 서야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며 “주어진 삶의 자리에서 갈라진 세상을 고치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 또한 희망을 일구는 일”이라고 적었다.

우리 이웃 누군가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해 동서양 시간을 넘나드는 다양한 장르의 책, 음악과 그림 등 인문학적 요소들과 성경 구절까지 재료삼아 촘촘히 편지를 써내려갔다. 마음 한켠이 따뜻해지는 동시에 청량감도 느낄 수 있다.

<독서 Tip>
김 목사의 글을 읽다보면 뜻 모를 단어나 생소한 작품을 만날 때가 많다. 그만큼 폭넓은 독서와 여행 등 다양한 경험을 깊은 성찰과 사유를 통해 벼려냈기 때문이다. 적극적으로 찾아읽기를 시도하면 어떨까. 김목사가 마태복음, 출애굽기를 텍스트 삼아 풀어낸 책들도 읽어볼 만하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라인홀드 니버/리처드 해리스 지음/안태진 옮김/비아

라인홀드 니버(1892∼1971)는 20세기 미국의 대표적인 신학자이자 정치철학자다. 대중에겐 “하나님, 우리가 바꿀 수 없는 것은 받아들이는 평온을, 바꿀 수 있는 것은 바꾸는 용기를, 그 둘을 분별할 수 있는 지혜를 주옵소서”라는 ‘평온을 위한 기도’로 친숙하다.

하지만 기독교 현실주의를 주장했던 니버는 단순히 목회자를 넘어 당대 미국의 정치·사회 분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인물이었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니버 저작 선집을 ‘정치학의 성서’라고 불렀다거나 국제정치학자 한스 모겐소가 “니버야말로 현존하는 미국의 가장 위대한 정치 철학자”라 평했다는 일화가 유명하다.

한국에서도 최근 부쩍 기독교의 공공성과 공공신학에 대한 논의가 확대되면서 니버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인간의 욕망과 본성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사회를 읽어냈던 니버는 공공신학이라는 새로운 길을 열었다는 평을 듣고 있다. 니버의 삶과 핵심 사상, 그에 대한 비판까지 간결하게 담고 있는 이 책은 니버 입문서로 손색이 없다.

저자는 잉글랜드 성공회 사제이자 신학자다. “권력, 그리고 권력이 빚어내는 현실을 어떻게 조율하고 신학적인 구조로 설명할 수 있느냐는 물음, 이 물음은 니버 사상의 근본 주제로 자리 잡았고 그는 평생에 걸쳐 이를 다루었다”고 적었다. 니버와의 만남은 크리스천으로서 한국 사회를 어떻게 바라봐야할지 시야를 틔우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독서 Tip>
이 책은 비아문고 시리즈의 여섯 번째 책이다. 말미에 ‘라인홀드 니버 읽기’ 코너를 통해 니버 관련 저작들을 소개하고 있다. 필요에 따라 골라 읽어도 좋지만 한 권을 먼저 읽는다면 니버의 대표작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를 추천한다. 20세기 대표 고전으로 꼽히는 책이다. 김나래 기자

밥상정복/레이첼 마리 스톤 지음/홍병룡 옮김/아바서원

‘어떻게 하면 더 맛있게 잘 먹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사람들. 그 욕망을 실현하고자 먼 길 달려가는 것도, 긴 줄 서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미디어에서 음식에 대한 욕망과 쾌감을 이렇게 여과 없이 드러낸 적이 있었나 싶다. 지구 반대편 아프리카, 아니 그리 멀리 갈 것도 없이 북한에서는 여전히 하루 한 끼 먹는 일도 힘겨운데 말이다.

과연 이런 문화 속에서 크리스천은 어떻게 먹어야 할까. 이쯤 되면 성경이 음식과 먹는 것에 대해 뭐라고 적고 있는지 궁금할 때도 됐다. 목사의 딸로 태어나 여느 여성들처럼 몸매와 다이어트로 고민을 반복해왔던 저자가 ‘그리스도인으로서 어떻게 먹어야 할지를 배우는 여정에서 탐구한 것’을 소개한다.

저자는 “하나님은 애초부터 모두가 잘 먹도록 설계하셨지만 깨어진 세계에선 더 이상 그렇지 못하다”고 진단한다. 그리고 ‘즐거운 밥상’ ‘나눔과 섬김의 밥상’ ‘함께하는 밥상’ ‘치유가 있는 밥상’ ‘지속가능한 밥상’ ‘창조적인 밥상’ ‘구속적인 밥상’이라는 7가지 키워드를 통해 하나님의 뜻에 맞는 식사문화에 대해 이야기한다. 유전자조작식품(GMO) 등의 문제를 통해 창조세계를 거스르지 않는 식생활을 제안하고, 거식증 등 식이장애를 겪고 있는 이들이 건강한 자아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다. 밥상이 던져주는 신앙의 고민과 주제를 다채롭게 소개하고 있다.

<독서 Tip>
각 장 말미에 주제에 어울리는 식사기도 예문, 실천방법, 토론 질문, 푸드스타일리스트의 레시피 등을 실었다. 교회 공동체 모임에서 함께 읽고 생각을 나눠보면 좋을 듯하다. 비슷한 주제를 다룬 책으로 ‘그리스도인은 왜 아무거나 먹을까’가 있다. 농업 전문가와 신학자 식량산업에 초점을 맞춰 쓴 책으로 땅에 근거한 영성을 말한다. 김나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