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당·박지원 원톱 안돼” 비판 쏟아진 국민의당

입력 2016-07-27 04:00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이 26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누군가를 향해 손짓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주승용 비대위원, 박 위원장, 김성식 정책위 의장. 김지훈 기자

“국민의당을 ‘안철수당’으로 만들면 안 된다.” “박지원 ‘원톱’ 체제를 빨리 끝내야 한다.”

26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국민의당 의원총회에서 이 같은 주장이 터져나왔다. 안철수 전 대표가 무난히 당의 대선 후보가 돼서는 정권교체가 힘들고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체제가 이어질 경우 ‘새정치’ 이미지가 사라질 것이란 우려다. 당이 ‘안·박’ 두 명의 의사결정에 의해 주도된 사실 역시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박 위원장 체제 이후 매주 화요일 의총이 개최됐지만 이날 의총은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일부 의원들은 작심한 듯 입을 열었다. 황주홍 의원은 “의원들이 허심탄회하게 얘기할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운을 뗀 뒤 “국민의당을 안철수당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안 전 대표를 위해서도 좋지 않다. 게다가 지금까지의 ‘톱-다운’식 의사결정 과정이 위기를 심화시켜온 것 아니냐”고 날을 세웠다.

박주현 의원은 “안철수당을 만들면 안 전 대표도 어려워지고 정권교체도 어려워질 것”이라며 “호남이라고 하는 지역적 기반, 즉 ‘코어’를 강화시킬 필요가 있다. 안철수당으로 가면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 같은 분이 못 오게 된다”고 지적했다.

당내 우려를 ‘원샷’에 타개하기 위한 외부 명망가 영입론도 강하게 제기됐다. 이동섭 의원은 “손 전 고문이나 정운찬 전 국무총리 같은 분들을 영입하기 위한 당내 태스크포스라도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고, 박주선 의원은 “비정상적 비대위 체제를 끝내야 하고 원내대표 겸임도 안 된다”며 “비대위에 명망 있는 인사를 영입해야 한다는 의견”이라고 했다.

박 위원장은 의총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대해 “안철수 한 사람으로 (대선) 승리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정 전 총리 등 외부 명망가들을 영입하려 한다고 해명했다. 이어 “하루라도 빨리 (비대위원장 직에서) 벗어나고 싶다”며 “다음달 말까지 당헌·당규가 정비되는 대로 당의 로드맵을 갖추고 전당대회, 원내대표 겸직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호남 의원들 일부와 오찬 뒤 기자들을 만나서는 “(안철수당 얘기는) 만날 나오는 소리”라고 했다.

안 전 대표는 의총에 불참한 채 페이스북에 각각 ‘어벤저스’ 시리즈와 ‘포켓몬 고’로 열풍을 일으킨 미국 만화 회사 ‘마블’, 일본 게임 회사 ‘닌텐도’ 관련 글을 올렸다. 그는 “닌텐도와 마블 모두 한때는 매우 어려워졌다가 다시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며 “한 번 실패하면 재도전 기회를 주지 않는 우리 사회 시스템에 대한 개혁이 필요한 때”라고 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