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스 아메리카 그랑프리(YAGP)는 2000년 창설돼 매년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발레 콩쿠르다. 프리주니어·주니어·시니어 3개 부문으로 열리며, 전 세계에서 지원한 7000명 가운데 5% 정도만 결선에 나갈 수 있다.
지난 4월 열린 올해 대회에서 영국 로열발레학교에 재학 중인 전준혁(18)이 시니어 부문 그랑프리(대상)를 차지했다. 한국인으로는 2003년 발레리나 서희(아메리칸 발레 씨어터 수석무용수), 2012년 발레리노 김기민(마린스키 발레단 수석무용수)에 이은 세 번째 쾌거다. 전준혁이 오는 29∼30일 서울 종로구 아르코예술극장에서 열리는 ‘2016 한국을 빛내는 해외무용스타 초청공연’에 참가하기 위해 내한했다.
26일 서울 서초구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프로 무용수가 아닌 학생 신분인데도 YAGP 우승 덕분에 과분한 관심을 받고 있다. 여러 발레단에서 관심을 표현하는 등 가능성을 인정받은 것 같아 기쁘다”고 밝혔다.
아직 어린 나이지만 침착함이 묻어나는 그는 영국 로열발레단 부설 로열발레학교의 첫 한국인 남학생이다. 2014년 2월 스위스 로잔 콩쿠르 최종에 오른 그를 인상깊게 본 크리스토퍼 포우니 로열발레학교 교장이 입학을 제안해 같은 해 9월 고등부에 입학했다. 경제적 형편 때문에 망설이던 그에게 로열발레학교는 아시아 출신 남학생으로는 처음 전액장학금까지 제공했다.
그는 “로열발레단은 매년 로열발레학교 고등부 출신 가운데 뛰어난 학생을 정단원 혹은 준단원으로 뽑는다. 예술감독님이 학생들의 연습이나 공연을 계속 보면서 1∼2명을 정단원으로 뽑고, 5∼7명을 준단원으로 받아들인다”면서 “발레학교 수업 하나하나가 너무나 중요하기 때문에 꾀를 부릴 수가 없다. 그래도 어릴적부터 꿈꾸던 로열발레단 입단을 목표로 삼을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YAGP 우승 이후 세계적 발레단 가운데 하나인 아메리칸 발레 씨어터의 입단을 제안받았지만 거절했다. 로열발레단에 입단하고 싶은 바람이 컸기 때문이다. 현재 로열발레단에는 재일교포 4세인 최유희를 제외하면 한국 출신이 역대 한 명도 없다.
그는 “마린스키 발레단 수석무용수 김기민 형과 네덜란드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최영규 형은 내 롤모델이다. 두 형들이 어릴 때부터 얼마나 열심히 하고 자기관리에 철저했는지 알고 있다”면서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더 노력해서 해외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또다른 발레리노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유스 아메리카 그랑프리 대상 전준혁 “로열발레단 입단이 꿈”
입력 2016-07-27 1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