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자(74)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에게 회사는 ‘개인 입출금 통장’과 같았다. 아들 명의로 설립한 B사와 인쇄업체 U사, 부동산 투자업체 J사는 물론이고 자신이 최대주주인 S사도 ‘뒷돈 창구’에 불과했다.
신 이사장이 이들 회사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며 얻은 수익은 740억여원이다. 대부분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얻었다. 그는 이 돈을 “딸 생활비가 없다”며 딸에게 급여 명목으로 주는가 하면 딸의 대출금을 갚는 데 쓰도록 했다. 신 이사장의 세 딸들에게 이들 회사가 지급한 돈은 2006년 1월부터 2011년 12월까지 약 36억원에 달했다. 영업이익이 줄면서 딸들의 고액 급여가 문제가 되자 임직원을 허위 등재해 해당 임직원에 대한 ‘유령 급여’를 나눠 갖는 방법을 쓰기도 했다.
또 신 이사장은 이들 회사를 이용해 롯데백화점, 롯데면세점 매장 입점 등을 중개하며 입점 청탁 명목으로 정운호(51·구속기소)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2013년 1월부터 지난 5월까지 15억원이 넘는 돈을 받아 챙겼다. 다른 화장품 업체로부터도 입점 대가로 5억이 넘는 돈을 받았다.
음식 체인점을 운영하는 여고동창의 청탁을 받고 15억원 가까운 뒷돈을 챙기기도 했다. 특정 매장의 수익금을 통째로 가져가는 방식이었다.
26일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검사 박찬호)가 신 이사장을 구속 기소하면서 밝힌 범죄 혐의에는 회삿돈을 쌈짓돈처럼 쓴 정황 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검찰은 이날 신 이사장의 배임수재 액수인 35억여원을 환수하기 위해 신 이사장 소유의 아파트, 토지를 대상으로 법원에 추징보전 명령도 청구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신영자, 회삿돈은 개인 입출금 통장… “생활비 없다” 딸들 급여 주고 대출금 상환까지
입력 2016-07-27 0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