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을 넘나드는) 과도한 자본 흐름은 신흥국이 독립적이고 효과적인 통화정책을 수행하는 것을 방해합니다. 문제 해결을 위해 자본 흐름을 통제하는 수단이 필요합니다.”(데이비드 바인스 옥스퍼드대 교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경험은 전 세계에 금융시장 붕괴의 무서움을 깨닫게 했다. 여기에 최근 영국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가 글로벌 금융시장에 새로운 불안요소로 작동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6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개최한 ‘글로벌 금융안정 콘퍼런스 2016’에 모인 세계 경제 석학들은 이 같은 불안을 극복하기 위해 금융 자본의 과도한 ‘횡포’를 견제해야 할 수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다자간 통화스와프 체결을 비롯한 국제 공조 강화 등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글로벌금융, 가까워져서 더 불안
김준경 KDI 원장은 환영사에서 “지난달 브렉시트 국민투표로 비롯된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은 날이 갈수록 심화되는 세계 경제의 상호 연계성을 단편적으로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세계 경제가 밀접하게 연결되면서 금융 시장의 불안은 심화된다는 얘기다.
기조 연설을 맡은 리처드 쿠퍼 하버드대 교수도 “2008년 금융위기는 실물경제에까지 큰 충격을 줬다”면서 “우리 경제는 여전히 위기 상황이며, 향후 몇 십년간 경제 발전은 지난 반세기보다 현저히 느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때문에 앞으로의 정책도전은 금융위기에 따른 심각한 침체를 방지할 수 있는 규제와 정책을 사전에 충분히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글로벌 자본의 지나친 유동성을 경계했다. 금융자본이 한 국가에서 다른 국가로 무책임하게 넘나들 경우 신흥국 등의 통화 정책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데이비드 바인스 옥스퍼드대 교수는 “과도한 자본 흐름의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할 때 자본을 통제하는 대신 중앙은행 간 통화스와프 체결과 IMF 대출제도 등을 활용해 신흥 시장 경제를 지원하는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토마스 윌렛 클레어몬트대학원 교수는 “일시적인 자본 흐름의 경우 자산시장 거품 등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면서 “자본유입 규모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일시적인 자본흐름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게 중요하고 이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달러화 강세가 글로벌 금융 시장에 부담을 준다는 지적도 나왔다.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조사국장은 “최근 달러화 강세가 글로벌 금융시장과 은행 시스템에 부담을 주고 있다”면서 “특히 달러 강세에 따른 문제가 기존 거시경제 모형 예측과 다르게 환율이나 이자율 조정으로 해소되지 않는다. 새로운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브렉시트 위험은 미지수
전문가들은 다만 최근 금융시장 불안감을 높인 브렉시트가 실질적인 위험이 되거나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될 가능성은 낮다는 데 무게를 실었다. 쿠퍼 교수는 세션 이후 가진 인터뷰에서 “국민투표가 브렉시트로 나왔을 뿐 영국 정부는 아직 공식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면서 “개인적으로는 (브렉시트를) 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주장이 나오고는 있지만 이것이 어느 수준까지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글로벌 경제가 크게 타격을 입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은행 부총재를 역임한 린 이푸 중국 베이징대 국가발전연구원 교수도 “이미 역사를 통해 보호무역주의가 어느 국가에도 이익이 없다는 점이 확인돼 왔다”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개방성을 유지하자는 원칙을 재확인해 오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세계 경제 밀접하게 연결되면서 금융시장 불안은 심화되고 있다”
입력 2016-07-26 1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