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 최인아 前 제일기획 부사장 “직장인들이 찾는 ‘생각의 숲’ 만들게요”

입력 2016-07-27 00:10

다음 달 서울 강남의 선릉역 인근에 한 서점이 문을 연다. 5000여권의 장서를 갖춘 70평 규모의 ‘최인아책방’. 전 제일기획 부사장으로 삼성그룹 최초의 여성 부사장을 지낸 최인아(55·사진)씨가 책방 주인이다. 2012년 말 퇴직한 뒤 3년 반 만에 책방 주인으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최 전 부사장을 26일 만났다.

-유명 광고인이었는데 광고회사가 아니라 책방을 연다니 의외입니다.

“회사를 그만둘 때는 더 이상 일은 안 하겠다고 생각했어요. 공부하면서 학생으로 살아야지 그렇게 생각했지요. 그래서 대학원에도 갔고. 그런데 2년이 지나니까 다시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올라오더라고요. 작년 초부터 몇몇이 모여 광고회사를 해볼까 상의하고 있었는데, 사람들에게 책을 읽힐 수 있는 솔루션을 찾아 달라는 의뢰가 들어온 거예요. 그걸 우리가 직접 하면 안 될까, 우리가 한 번 해보자, 그래서 후배(정치헌 디트라이브 대표)와 함께 동업으로 서점을 하게 됐죠.”

-어떤 서점을 만들 생각입니까.

“베스트셀러를 파는 서점은 아니에요. 주요 타깃은 일하는 사람들입니다. 직장인을 위한 서점. 강남에 책방을 내는 것도 그런 이유가 있어요. 직장인들에게 생각하는 힘을 키우고, 직장생활에서 겪는 마음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주는 그런 서점을 만들려고 해요.”

-책방 페이스북을 보면 ‘생각하는 힘’이 키워드이고, ‘생각의 숲’이 콘셉트입니다. ‘생각’을 강조하는 이유는 뭔가요.

“우리 사회에 생각하는 사람들이 너무 적은 것 같아요. 자기 생각이 없고, 비판적으로 생각할 줄 몰라요. 개인이 적극적으로 어떤 길을 선택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다들 하나의 길을 따라가고 있어요. 여기에 뭔가 태클을 걸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책은 다양한 생각들을 만나고 자신의 생각을 세우는 가장 근본적인 콘텐츠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최인아책방’은 최 전 부사장이 사회에 보내는 메시지이기도 하군요.

“학원가 간판을 봐도, 베스트셀러 목록을 봐도 공통점은 단기성이에요. 빨리 뭘 하는 것, 당장 써먹을 수 있는 것, 그런 게 사람들의 관심이죠. 저는 그게 생각의 힘을 가로막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라고 생각해요. 어떤 일을 할 때 기술적으로 접근하고 효율을 따지는 것, 지름길이나 요령, 임시방편을 찾는 것, 그게 영리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렇게 일을 하다 보면 10년이 넘어도 쌓이는 게 없어요. 축적이 없는 거죠. 실패할 수도 있지만 정직하게 대면해서 애쓰다 보면 그 과정에서 저한테 쌓인 것은 어디 안 가요. 내 것이 되는 거죠.”

-제2의 인생으로 책방 주인을 선택한 것에 대해 만족합니까.

“삶이 좀더 충만해질 것 같아요. 광고회사에 있을 때는 사실 그만두는 날까지 많이 부대꼈어요. ‘재미’가 있었으니까 오래 그 일을 했겠지만 ‘의미’라는 부분은 좀처럼 채워지지 않은 상태로 있었거든요. 어떤 일이 의미나 가치를 가지려면 그 일이 세상에 도움이 되는 것이어야 하는데, 광고는 본질적으로 클라이언트를 위한 일이니까요. 책방은 무엇보다 명분이 있는 일이에요.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일이고.”

-강남 한복판에 꽤 큰 규모의 서점을 엽니다. 성공할 자신이 있습니까.

“일단 유지가 목표예요. 2년이 될지 3년이 될지 모르지만 일단 그 시간을 버틸 수 있다면 어떻게든 굴러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우리 책방의 가치를 알아봐주는 사람들이 분명히 생겨날 거라고 생각해요. 저희들한테는 기획력이 있으니까 책 파는 것 외에 여러 가지 재미있는 일들도 준비하고 있어요.”

글=김남중 기자, 사진=곽경근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