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개헌”… 에르도안 ‘독재왕국’에 한발 더

입력 2016-07-26 18:03

쿠데타 실패 뒤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터키가 헌법 개정에 나섰다. 반대파 축출에 나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사진) 대통령을 중심으로 독재체제가 더욱 강화되는 모양새다.

AFP통신에 따르면 비날리 이을드름 터키 총리는 수도 앙카라에서 25일(현지시간) 에르도안 대통령 주재 내각회의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주요 정당이 새 헌법 작업에 돌입할 준비가 됐다”며 개헌 계획을 발표했다.

이을드름 총리는 “정부와 야당, 시민단체와 언론이 모두 개헌에 뜻을 함께했다”면서 “에르도안 대통령이 야당인 공화인민당(CHP)과 민족주의행동당(MHP) 대표를 만나 동의를 얻었다”고 밝혔다. CHP는 지금까지 개헌 협조를 거부했다.

이을드름 총리는 어떤 형태로 개헌을 추진할지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개헌을 하려면 의회 의석의 3분의 2인 367석을 얻거나 330석을 얻은 뒤 국민투표를 해야 한다. 집권당인 정의개발당(AKP)이 확보한 의석은 317석이지만 야당이 협조하면 개헌 시도가 순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단 개헌안에는 사형제 부활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독일 ARD방송과 만나 “터키 국민은 사형제 부활을 원한다”면서 “정부는 국민이 말하는 바를 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터키는 2004년 사형제를 폐지한 뒤 사형제 금지를 명시한 ‘유럽인권회의 제13호 의정서’를 2006년부터 따랐다.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이미 터키에서 사형제가 부활되면 EU 가입절차도 중단될 것이라고 못박았다.

지난해 AKP가 총선에서 압승한 뒤 추진된 대통령제 전환도 개헌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ARD방송의 이스탄불 특파원 라인하르트 바움가르텐은 일간 도이체빌레에 지난 21일 기고한 글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쿠데타를 기회로 대통령제로 헌법을 바꿀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자회견에서는 쿠데타 진압을 기념한 조치도 발표됐다. 이을드름 총리는 지난 15일 쿠데타 세력이 가장 먼저 점거한 보스포루스 다리의 이름을 당시 희생된 민간인을 기리기 위해 ‘7월 15일 순교자의 다리’로 바꾼다고 밝혔다. 이어 “군의 통제를 받던 헌병과 해안경비대는 이제부터 내무부의 지시를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