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 스포츠가 연이어 터지는 승부조작 파문으로 제 살을 깎아먹고 있다. 승부조작은 잊을만하면 어김없이 등장해 프로스포츠를 멍들게 하고 있다. 4대 스포츠로 꼽히는 야구 축구 농구 배구에서 모두 한 차례 이상씩 승부조작 파문이 일었다. 약속이라도 한 듯 종목별로 차례대로 문제가 불거졌다. 이번엔 야구였다.
가장 최근 문제가 불거진 선수는 KIA 타이거즈 좌완 투수 유창식(24·사진)이다. 25일 경찰조사에서 유창식은 프로야구 2경기에서 승부를 조작했다고 진술했다. 유창식은 이태양 문우람 등이 승부조작에 연루되자 수사 압박에 두려움을 느끼고 자진 신고했다.
유창식의 승부조작 방식은 기존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고의로 볼넷을 내주고 돈을 받았다. 유창식은 2014년 4월 1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개막전에서 박석민에게 볼넷을 내주고 브로커로부터 200만원을 받았다. 같은 달 19일 LG 트윈스전에서 같은 방법으로 100만원을 추가로 받았다. 고작 300만원에 야구인생을 팔아버린 셈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유창식에게 참가활동 정지 제재를 내리고 사태 수습에 나섰다. 25일 공식 사과문을 통해 승부조작에 연루된 선수들을 일벌백계하겠다고 했다. 또 승부조작 재발방지를 위해 리그 차원의 대책을 수립하고 긴밀한 협조체계를 구축하겠다고 한다.
4년 전 프로야구는 승부조작 파문으로 이미 한차례 홍역을 치렀다. 2011년 LG 박현준과 김성현을 영구제명 시켰다. 그런데도 달라진 건 없다. 1차적 원인은 승부조작에 가담한 선수에게 있지만 KBO 역시 근본적인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셈이다.
승부조작은 2010년대에 이르러 프로스포츠에서 가장 큰 골칫덩이 중 하나로 떠올랐다. 2011년 프로축구 K리그에선 최성국을 비롯한 40명의 선수와 7명의 브로커가 영구 제명됐다. 2012년에는 프로배구 전·현직 선수 16명이 불법도박 사이트 운영자에게 돈을 받고 승부를 조작했다. 프로농구에선 강동희 전 감독이 2013년 영구 제명됐고, 지난해엔 은퇴선수 박성훈이 현역시절 ‘고의 에어볼’로 승부조작에 참여한 사실이 밝혀졌다.
승부조작 파문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는 형님’ ‘아는 동생’으로 엮여 승부조작에 연루된 선수가 추가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승부조작은 스포츠의 근간을 해치는 가장 암적인 존재다. 일회성 징계와 천편일률적인 방지 대책은 효과가 없다는 게 증명됐다. 관련 수뇌부들이 단순한 사과로 끝내선 안 될 시점이다.
한편 KBO는 검찰과 경찰의 수사와는 별도로 승부조작이 추가로 있는지에 대해 자체 조사에 착수한다. KBO는 26일 “2012년부터 올해 7월 24일까지 1회초 혹은 1회말 볼넷이 나온 1950경기를 내일부터 전수 조사할 계획”이라며 “클린 베이스볼 센터에서 야구인 3명으로 구성된 조사팀이 경기 영상을 집중적으로 분석해 승부조작 의심 선수를 색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프로스포츠 승부조작, 유창식이 끝일까
입력 2016-07-26 18:19 수정 2016-07-27 01: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