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청용(28·사진)의 보직변경은 앨런 파듀(55·이상 크리스털 팰리스) 감독이 부여한 마지막 기회일까. 아니면 지난 시즌 불협화음에 대한 보복일까. 이청용이 잉글랜드 프로축구 크리스털 팰리스의 올여름 프리시즌 경기에서 중앙미드필더로 변신했다.
이청용은 26일 영국 콜체스터 웨스턴홈스 커뮤니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3부 리그 콜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프리시즌 친선경기에서 후반 14분 중앙미드필더로 교체 출전했다. 지난 시즌까지 오른쪽 미드필더로 활약했던 이청용은 아직 새로운 포지션에 적응하지 못한 듯 골이나 어시스트와 같은 공격포인트를 만들지 못했다. 팀은 1대 0으로 승리했다.
이청용은 2006년 FC서울에서 데뷔한 뒤 2009년 8월 잉글랜드 볼튼 원더러스, 2015년 2월 크리스털 팰리스로 이적한 10년의 프로경력에서 한 번도 오른쪽 사이드라인을 벗어나지 않았다. 한국 축구대표팀에서는 왼쪽 공격수 손흥민(24·토트넘 홋스퍼)과 함께 평행선을 그리며 측면을 파고드는 울리 슈틸리케(62·독일) 감독의 ‘원투펀치’다.
이청용에게 중앙미드필더는 도전이다. 또 반드시 완수해야 할 과제다. 파듀 감독은 지난 시즌까지 존재감이 미미했던 이청용을 다음달 13일 개막하는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에서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한 끝에 보직을 변경한 것으로 보인다.
이청용은 지난 시즌 리그와 컵대회를 포함해 15경기에 출전했다. 한 시즌 동안 수확한 공격포인트는 2골 1어시스트가 전부다. 겨울 이적시장을 통해 시즌 중반을 넘겨 입단한 2013-2014 시즌에는 3경기에서 공격포인트를 쌓지 못했다. 포지션 경쟁자 야닉 볼라시에(27·프랑스) 윌프레드 자하(24·코트디부아르)를 넘어설 장점을 보여주지 못해 파듀 감독의 신임을 잃었다.
뉴캐슬 유나이티드 미드필더였던 안드로스 타운센트(25)가 다음 시즌 크리스털 팰리스의 미드필더로 합류할 예정이어서 이청용의 입지는 더 좁아질 수밖에 없다. 파듀 감독이 이청용에게 부여한 마지막 기회로 보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청용을 방출할 근거를 만들기 위해 낯선 포지션을 맡겼을 가능성도 있다. 크리스털 팰리스는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폐막 직전인 5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파듀 감독을 공개적으로 비난한 이청용에게 3만 파운드(4480만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이청용의 보직변경은 실험을 가장한 보복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철오 기자
마지막 기회냐, 보복이냐… C.팰리스 이청용 프리시즌 중앙MF로 변경
입력 2016-07-26 1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