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김세원] 오디와 함께 여름 나기

입력 2016-07-26 18:45

이수치열. 더위는 물로 다스리라고 했던가. 체온을 떨어뜨리려니 찬물을 가까이 하게 되고 차가운 물도 많이 마시게 된다. 전에는 톡 쏘는 듯한 상쾌한 맛 때문에 냉장고에 탄산음료를 넣어 놓고 마셨지만 건강지킴이는 역시 좋은 먹거리라 가능한 한 가공이 덜 된 자연 먹거리에 가까운 것을 찾게 된다.

작년 초여름 강원도 산골 청정지역에서 맑은 물 맑은 공기를 먹고 자란 무농약 오디를 급속 냉동 상태로 배송 받았다. 씻지 않아도 된다기에 오디와 설탕을 1대 1 비율로 섞어 유리병에 담는 것으로 아주 쉽고 빠르게 효소진액을 만드는 작업을 끝냈다. 숙성될 동안 긴 기다림의 시간을 거친 후 걸러내 냉장고에 보관해 둔 건더기를 잼으로 만들어 식빵에 발라 먹으니 맛도 영양도 좋았다. 나무에 열리는 블랙 푸드 오디를 하나도 버리는 것 없이 섭취할 수 있어 참 감사했다.

생명을 품은 사람이라면 나이가 들어갈수록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데, 큰돈 들이지 않고도 자연이 주는 선물을 섭식하면 건강해질 수도 행복해질 수도 있다. 풍부한 약성을 잔뜩 품은 오디를 내 손으로 직접 담가 맑고 생기 있는 발효진액으로 마시니 보양이 되는 듯한 기분이다. 진한 보랏빛 진액은 화채 밑국물로 써도 일품이고, 진액에 생수를 섞어 냉동실에서 살얼음 상태로 얼려 떠먹으면 머릿속까지 차가워 머리가 아플 지경으로 온몸이 시원하다.

만드는 일은 참 쉬웠는데 건강을 위한 슬로푸드답게 기다림이라는 인내의 시간은 길다. 신중하게 때를 구분하고 숙성 시간을 잘 견뎌 진액처럼 자신만의 색깔을 내는 사람과 같이 오랜 시간을 두고 천천히 숙성 과정을 거친 만큼 진액으로 진화하여 기대 그 이상이 되었다. 적어도 달달하고 시원한 오디진액을 마시는 순간은 행복한 마음이니 행복할 수 있는 요소가 하나 더 늘었다. 오디로 무더위도 이기고 건강도 챙길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동의보감에는 오디를 ‘상심자’ 늙지 않는 약이라고 했다니 어쩌면 일석삼조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김세원(에세이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