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사초롱-곽금주] 인간이 지닌 방어심리

입력 2016-07-26 18:49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대응하기 위해 얼마 전 정부와 미국은 사드 배치를 합의했다. 사드가 배치될 지역은 경북 성주로 정해졌는데, 정부가 성주에 사드 배치 계획을 수립하고 발표하는 과정에 주민과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했다며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사드 배치 저지 투쟁위원회가 비폭력 평화집회를 선언했지만 지역 분위기는 여전히 팽팽한 긴장이 지속되고 있다. 이렇게 사드를 둘러싼 중국 러시아 북한 등 각 나라들의 반응, 그리고 사드가 배치되는 지역 주민들의 반응에서 자신을 보호하고 방어하고자 하는 인간의 기본적인 심리를 엿볼 수 있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유기체의 최종적인 목적은 번식이고 이를 위한 번식적합성(reproductive fitness)이 발달되어 왔다. 동물로부터 살아남아야 하고, 내가 죽더라도 내 유전자를 가진 자식이 생존해서 종을 유지하려는 본능 때문이다. 이를 위해 음식 등 자원을 확보하는 것뿐 아니라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고 방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번식적응도에 가해질 잠재적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지켜내기 위해 인간의 모든 능력이 동원된다. 위협에 대한 탐지나 관리를 위한 감각, 감정, 인지능력이 더욱 원활하게 작동하게 되는 것이다. 위협을 느끼게 되면 두려움, 혐오감 같은 감정이 일어나게 되고 그런 과정에서 그 원인을 추론하고 찾으려는 인지능력이 작동된다. 편하고 안락한 상황보다 위협적인 상황에서 인간의 판단과 행동은 훨씬 더 신속하게 이루어진다. 물론 그런 상황에서 실수나 오판이 따르게 마련이다.

명확하게 위협적인 상황이라 판단되면 사람들은 보호와 은폐를 시도한다. 이것이 어려울 때 피하고 도망가려 한다. 그러나 탈출이 불가능한 상황에서는 공격을 하게 된다. 그런데 위험이 확실하지 않고 애매모호한 위협인 경우 사람들은 일단 위험 상황이라고 판단하기 쉽다. 위험이라고 판단해서 자신을 보호하는 대응을 하는 것이 손해 볼 게 없기 때문이다. 결국 인간은 조금이라도 위협적인 상황이 오게 되면 이걸 위험으로 판단하고 대처하는데, 도망치거나 회피하지 못할 경우 방어를 하게 된다. 이때 엄청난 공격적인 행위를 할 수도 있다.

이러한 특성은 집단주의 문화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집단주의 문화에서는 자신이 속한 집단을 옹호하고 편애하는 반응을 보인다. 따라서 집단주의 특성이 강한 우리 사회에서도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의사결정에 의존하고 타 집단과 맞서 자신이 속한 집단의 구성원들을 옹호하고 보호하려는 특성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나 죽음의 위협에 직면했을 때 사람들은 더욱 집단에 소속되려 한다. 개개인이 죽는다 하더라도 집단은 지속될 수 있으며 그런 의미에서 죽음을 초월해 존재한다. 이런 집단 지속성 때문에 사람들은 집단에 소속하고자 하고 집단행동을 하려 한다. 분열이 일어났던 집단도 죽음과 같은 위협적인 상황에 놓이면 집단 응집력이 더욱 커지게 된다. 영원감과 초월감을 지닌 집단 소속감은 개인에게는 한정된 삶만이 허용되었다는 죽음의 공포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다고 믿게 한다.

성주 주민의 불안한 심리는 결국 집단행동으로 번질 수밖에 없고 그렇게 함으로써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 물론 죽음의 공포는 아니더라도 위협적인 상황으로 생각되기 때문일 수 있다. 이를 지역주의에 따른 이기적인 행위라고 치부하기보다 인간의 방어적 욕구가 작동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이해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상황 자체를 좀 더 분명하게 설명해주고, 이것으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있다는 것, 결국 방어할 필요가 없음을 느끼게 해주는 소통이 필요하다.

곽금주(서울대 교수·심리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