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풍속화가인 단원 김홍도의 ‘빨래터’와 혜원 신윤복의 ‘단오풍정’을 보면 웃음을 자아내는 부분이 있다. ‘빨래터’는 선비가 부채로 얼굴을 가린 채 바위 뒤에서 빨래하는 아낙네들을 훔쳐보고, ‘단오풍정’은 두 동자승이 바위틈에 숨어 냇물에 몸을 씻는 여인들을 몰래 보고 있다. 선비와 동자승의 모습은 사람들에게 재미와 웃음을 더해줄 수 있으나, 지금의 관점에서 볼 때 ‘성폭력범죄 처벌 특례법’ 제14조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에 해당되는 몰래카메라 범죄, 일명 ‘몰카’가 연상되는 것은 왜일까?
지난해 8월 세간을 뒤흔들었던 ‘워터파크 몰카’ 사건은 한 남성이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여성에게 몰카를 의뢰해 그 영상물을 돈을 주고 구입·유포한 것이다. 경찰에 붙잡힌 이 남성은 단순히 호기심 때문에 몰카 촬영을 의뢰했다고 한다. 이처럼 경찰에 검거된 대다수 몰카족은 ‘호기심에 그랬다’며 선처를 호소하지만 몰카 범죄는 피해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고, 시민들에게 공공장소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는 성범죄다. 단순 몰카 촬영뿐 아니라 이를 돈벌이 수단으로 인터넷 등에 유포하는 경우에는 더욱 엄하게 처벌하고 있다. 이에 더해 신상정보가 공개되는 등 불명예스러운 주홍글씨가 따라다니고, 취업도 제한될 수 있어 사회·경제생활에 큰 불이익이 더해진다.
경찰에서는 피서철을 맞아 성범죄를 예방하고자 대형 물놀이 시설과 주요 피서지 주변에서 가시적인 순찰 활동을 벌이고 사복경찰을 투입해 암행순찰도 실시하고 있다. 탈의실·화장실 등의 몰카 설치 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물론 온라인상 사진·영상의 유포자 단속도 병행 중이다. 경남경찰청에서는 여름방학 중 자원봉사 희망 학생들을 ‘일일 학생 보안관’으로 위촉, 경찰관들과 함께 피서지 순찰, 몰래카메라 적발, 성폭력 예방 현장 홍보 등을 실시하는 등 피서지 성범죄 예방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몰카 범죄를 뿌리 뽑기 위해선 시민의 적극적인 신고정신이 필요하다. 경찰은 몰카 범죄를 신고한 시민에게는 최고 2000만원까지 보상금을 지급하고 있다. 안전한 사회를 향한 노력에 시민 모두가 동참하길 바란다.
조현배 경남경찰청장
[기고-조현배] 여름 불청객 ‘몰카犯’, 시민 모두가 감시해야
입력 2016-07-26 1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