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 YG엔터테인먼트, SM엔터테인먼트, 로엔엔터테인먼트 등 대형기획사가 인디레이블에 진출하고 있다. 그러잖아도 먹고 살기 힘든 인디신에 대형 기획사들마저 가세하는 것에 대해 불안과 불만을 드러내는 이들도 적잖다. 반면 인디신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대형기획사의 인디레이블 진출은 대중음악계에 약일까, 독일까?
A : 장기하와 얼굴들, 혁오, 십센치, 자이언티, 검정치마, 장미여관…. 인디신에서 활동하다 대중적인 인기를 얻은 뮤지션들이다. 인디신(Independent music Scene)에서 출발한 이들은 대부분의 인디 뮤지션들이 그렇듯 작사·작곡·편곡 등의 음악 작업을 직접 하고 있다. 데뷔 무렵에는 음반 제작과 프로듀싱, 믹싱, 마스터링도 직접 했다.
인디 뮤지션들의 생태는 대체로 이렇다. 직접 음악을 만들고 거리 공연(버스킹)이나 클럽 공연으로 이름을 알린다. 소규모 인디레이블에서 공연 섭외와 대관, 음반 유통 등의 도움을 받으며 음악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대체로 가난하고, 성공보다 실패의 경험이 더 많다.
하지만 최근 인디신의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잘나가는 인디 뮤지션들이 음원 시장에서 꾸준히 경쟁력을 보이면서 인디신을 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무엇보다 YG, SM, 로엔, CJ E&M 등 대형 기획사에서 인디 음악에 관심을 보이면서 인디신의 생태계에 큰 변화가 생겨나고 있다.
YG는 타블로가 수장으로 있는 인디레이블 ‘하이그라운드’가 막강한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혁오, 코드쿤스트, 검정치마, 밀릭 등이 하이그라운드 소속이다. SM은 ‘발전소’라는 인디레이블을 2014년 만들었다. 장혜진, 플레이 더 사이렌, 흘린 등이 발전소 소속이다. 로엔은 인디레이블 세 군데를 합쳐 ‘문화인’을 만들었다. 힙합 인디레이블 AOMG, 하이라이트레코즈 등은 CJ E&M의 지원을 받는다.
이런 상황에 대해서는 불안한 시선을 보내는 이들이 적잖다. 무엇보다 대형 기획사가 인디 음악계까지 독점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인디신이 자본에 좌우되면 인디음악의 색깔을 잃게 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대형 기획사의 인디레이블이 인디 뮤지션에게 제공하는 기회가 오히려 독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대형 기획사의 적극적인 지원이 한편으로는 ‘성과 압박’으로 여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색 있는 음악을 추구하기보다 대중성에 휩쓸려 색깔을 잃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장규슈 연예산업연구소 소장은 “대형 기획사와 인디신의 상생을 위해서는 정책적인 가이드라인 제시, 독과점 방지, 음악 골목상권 보호, 업종별 지분참여 제한 등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메이저 기획사가 인디신으로 눈을 돌리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자본력이 충분한 기획사가 인디음악에 투자를 함으로써 대중음악계의 음악적 다양성이 확대될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아이돌 위주의 음악 일변도에서 다양한 장르의 색다른 목소리가 대중에 알려질 기회를 얻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인디 뮤지션이 돈 걱정 없이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게끔 지원받을 수 있다는 것도 긍정적으로 평가받는 요소다. 좋은 음악을 만들지만 널리 알릴 방법을 못 찾는 신인 뮤지션들은 특히 대형 기획사의 러브콜이 반갑다. 다만 대형기획사의 인디레이블이 모험을 하기보다 검증된 이들 위주로 찾다보면 기회의 격차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게 문제다.
10년 넘게 홍대에서 활동해 온 한 인디 뮤지션은 “음악 하는 친구들은 계속 많아지고 있는데 잘 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좀 더 자유롭게,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면 좋겠다”면서도 “대형 기획사의 ‘간섭’이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상황이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우리 그 얘기 좀 해요-문화계 팩트체크] “음악적 다양성 확보” vs “인디시장 양극화 초래”
입력 2016-07-26 1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