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친박’ 간판달고 출마?… 與전대 돌발변수

입력 2016-07-26 04:00
김희옥 새누리당 혁신비대위원장이 25일 서울 여의도당사에서 열린 비대위회의에 참석키 위해 회의실로 들어오고 있다. 윤성호 기자
김문수 전경기지사
새누리당 당대표 경선을 2주 앞두고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의 등판이 돌발 변수로 떠올랐다. 김 전 지사가 출마 결심을 굳힌다면 비박(비박근혜)계가 아닌 친박(친박근혜)계의 지지를 등에 업을 가능성이 있어 경선 판이 크게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시들해져가던 비박 후보 단일화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김 전 지사 측은 25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출마 여부를 고심 중”이라며 “경선 구도에 혼선을 주지 않기 위해 늦어도 27일 전엔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했다. 김 전 지사는 지난주 전당대회 출마설이 흘러나왔을 때만 해도 “총선에서 진 사람이 무슨 면목으로 대표 경선에 나가느냐”며 “지금은 그런 걸 생각할 계제가 아니다”고 단칼에 잘랐었다. 지난 21일엔 당권 레이스에 뛰어든 김용태 의원의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을 방문해 열심히 하라고 격려도 했다고 한다. 두 사람은 과거 민중당 시절 인연을 맺어 정치적으로 같은 노선을 걷다가 김 전 지사가 4·13총선 때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면서 갈라섰다.

그랬던 김 전 지사가 돌연 출마 쪽으로 기울자 배경을 놓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김 전 지사 측 인사는 “결정적인 계기는 여론조사”라고 했다. 자체 조사 결과 이미 나와 있는 후보들보다 높은 지지를 얻었다는 얘기다.

김 전 지사는 지난 주말 김무성 전 대표에게도 전화를 걸어 “출마 결심을 굳혔으니 도와 달라”는 취지로 말했고 김 전 대표는 만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대표 측은 ‘김 전 대표가 김 전 지사에게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반박문을 내기도 했다. 이 때문에 김 전 지사의 출마를 종용한 쪽이 친박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당 관계자는 “당내 조직이 취약한 김 전 지사가 뒤늦게 전당대회 출마를 고민하는 것은 누군가 움직였다고 보는 게 상식적”이라고 했다. 이런 지적에 친박 의원들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펄쩍 뛰었다. 그러면서 오히려 비박 내 일부 세력이 후보 단일화를 압박하기 위해 김 전 지사를 끌어들인 것 아니냐고 했다.

이날 비박계 당권 주자인 정병국 주호영 김용태 의원은 모임을 갖고 “혁신의 흐름을 저지하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며 “우리 세 후보는 혁신의 흐름을 관철하기 위해 뜻을 모으고 행동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주 의원은 중앙위원회 전국시·도당연합회 월례회 행사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전 지사가 나오는 걸로 비박 단일화 이슈가 불거진다기보다 특정 계파가 특정인을 민다고 하면 그 반작용으로 단일화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세 사람은 당초 단일화에 뜻을 모았었지만 서청원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이후 동력이 많이 떨어진 상황이었다.

중앙위 행사장엔 세 의원을 비롯해 이주영 한선교 이정현 의원 등 당권주자들이 모두 참석해 얼굴도장을 찍었다. 이주영 의원은 “계파 간 단일화도 다 구태정치”라며 선수나 나이, 안정감 측면에서 본인이 적임자임을 강조했고, 한 의원은 “경륜도 연륜도 중요한데 그것 갖고 무엇을 했단 말이냐”고 하는 등 신경전도 벌어졌다. 김 전 지사에 출마 결심을 굳힌 홍문종 의원까지 경선에 가세하면 컷오프를 통해 후보를 5명으로 추리게 된다.

이런 가운데 지난 총선 때 공천 탈락한 정문헌 전 의원이 “당원에 의한 개혁과 아래로부터의 혁신을 이루겠다”며 최고위원 경선에 출마했다. 정 전 의원이 가세하면서 최고위원 도전자는 8명으로 늘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