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안찍겠다”… 샌더스 지지자 수천명 항의 시위

입력 2016-07-26 04:00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 개막 하루 전인 24일(현지시간) 대회장인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지지자들이 데비 와서먼 슐츠 당 전국위원회(DNC) 위원장을 해임하라는 팻말을 든 채 당 지도부의 경선 편파운영을 항의하고 있다. 슐츠 위원장은 결국 사임하겠다고 발표했다. AP뉴시스

미국 민주당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대통령 후보로 선출하기 위한 전당대회 개막을 하루 앞두고 샌더스 지지자를 달래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다. 데비 와서먼 슐츠 전국위원장이 편파적인 경선관리의 책임을 지고 사퇴를 선언했으나 샌더스 의원의 지지자 수천명은 필라델피아 시내 곳곳에서 항의 시위를 벌였다.

물리적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으나 긴장이 고조됐다. 전당대회장 주변 도로는 봉쇄됐고, 바리케이드가 설치됐다. 전당대회장으로 지정된 아이스하키 경기장 웰스파고센터 상공에는 경찰 헬기들이 하루 종일 선회했다.

한낮 수은주가 37.8도까지 올라간 24일(현지시간) 필라델피아에는 폭염경보가 내려졌다. 습도가 높아 체감온도는 42.2도를 기록했다. 그러나 살인적인 무더위도 분노한 샌더스 지지자들의 시위를 막지 못했다.

오전에는 필라델피아 시청에서 독립기념관까지 이어지는 1.6㎞ 구간을 클린에너지 활동가 수천명이 점령했다. 이들은 “클린턴에게 투표하지 않겠다”고 구호를 외쳤다. 필라델피아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찰관 6200명을 시내 곳곳에 배치했다. 기동타격대와 펜실베이니아 주경찰도 동원됐다.

시위가 확산되자 전당대회가 파행으로 치달을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민주당에서 확산됐다. 결국 당 지도부는 민주당전국위원회(DNC) 의장인 슐츠 하원의원의 사퇴를 결정했고, 슐츠도 “전당대회가 끝나는 대로 물러나겠다”고 발표했다.

이 소식이 날아들자 필라델피아의 일부 시위대는 “데비가 물러났다”며 환호했다. 그러나 ‘민주주의 봄’이라는 단체의 카이 커크 사무국장은 “클린턴의 임기 첫 100일 동안 실시할 포괄적인 정치개혁 방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전당대회 기간에 대규모 시민불복종 운동을 전개하겠다”고 경고했다. 샌더스 지지자라고 밝힌 민주당원 제임스 베넷(63)은 “슐츠가 사퇴했지만 선거에서 클린턴을 찍을지 자신할 수 없다”며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시위는 오후에도 산발적으로 이어졌다. ‘생큐 버니’라는 팻말 등을 든 시위대 수백명은 필라델피아 시청에서 전당대회장 인근 FDR공원까지 이어지는 8㎞ 구간을 가두행진했다. 샌더스는 NBC방송에 출연해 “전국위가 클린턴 편에 섰다는 것은 놀랄 일도 아니다”며 “그래도 클린턴 지지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전당대회 첫날 연사로 나선다.

공화당 소속으로 뉴욕시장에 당선됐던 마이클 블룸버그 전 시장도 27일 전당대회에서 클린턴 전 장관에 대한 지지 연설을 하기로 해 중도 성향 유권자 표를 끌어 모으는 데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한편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는 NBC방송 ‘밋 더 프레스’에 출연해 “세계무역기구(WTO)는 재앙”이라며 “당선되면 미국의 WTO 철수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WTO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무역질서를 관장한 관세·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을 대체해 1995년 출범했으며 국가 간 무역규범을 다루는 유일한 국제기구다.

CNN방송은 25일 공화당 전대 이후 실시된 첫 여론조사에서 트럼프가 클린턴을 48%대 45%로 앞질렀다고 보도했다. 군소 정당 후보까지 포함한 대결에서는 44%대 39%로 격차를 더 벌렸다.

CNN은 또 ‘클린턴 전 장관을 신뢰하느냐’는 질문에 68%가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고, ‘신뢰한다’는 응답은 30%에 그쳤다고 보도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