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탓에… 韓·中, 3년 신뢰 균열

입력 2016-07-26 00:10 수정 2016-07-26 05:42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24일(현지시간) 열린 한·중 외교장관회담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 결정 이후 양국 관계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줬다. 박근혜정부는 지난 3년여간 한·중 관계에 공을 들이며 ‘신뢰’를 쌓았다고 자평해 왔다. 하지만 왕이(王毅) 외교부장은 “상호 신뢰가 손상됐다”고 쏘아붙였다.

중국 외교부가 다음날인 25일 공개한 회담 내용을 보면 왕 부장은 “만약 사드가 한국에 최종 배치된다면 (한)반도 정세와 지역의 안정, 중·한 관계에 부작용이 미칠 것”이라면서 “재차 한국 측에 충고하건대 중국 측의 정당하고도 합리적인 우려를 진지하게 받아들여 달라”고 했다.

이는 한·중 관계가 나아갈 수 있는 한계점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안보 문제만큼은 한·중의 이해관계가 판이하게 엇갈리고 있다. 우리 측은 한반도 사드가 북한의 핵·미사일 방어용이라고 강조하지만 중국은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의 한 부분이라는 의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한·미는 한반도 사드가 중국 감시용이 아니라는 점을 누차 설명해 왔지만 중국 측은 이를 들으려고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왕 부장 또한 회담에서 “사드는 절대로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니며 전략적 문제임에 틀림없다”고 밝혔다.

국제정세가 미·중 간 대립구도로 치닫는 현 상황도 한·중 간 안보 모순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을 인정하지 않은 상설중재재판소(PCA) 판결 이후 대중(對中)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도 이 문제를 두고 미·중이 정면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분위기에서 한·미, 한·중 관계를 조화롭게 발전시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한·중 양국이 전략적 차원에서 합의를 볼 수 있는 부분은 ‘북핵 불용’ 정도다. 윤병세 외교장관은 ‘추신지불 전초제근’(抽薪止沸 剪草除根·장작불을 빼 물을 식히고 뿌리를 뽑아 풀을 없앤다)이라는 성어를 인용하면서 결국 모든 문제의 근원은 북핵 문제임을 강조했다. 왕 부장도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재확인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2270호를 엄격히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다행인 건 한·중 관계가 결정적으로 틀어지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양국 외교장관의 소통이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며 이런 소통을 다양한 계기에 하기로 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전했다. 중국 입장에선 사드를 둘러싼 한국 내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은 데다 배치 시기도 2017년 말로 다소 여유가 있어 그때까진 관망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윤 장관은 회담 다음 날인 25일 기자들과 만나 “어제 회담 결과는 기본적으로 지난 수개월간 중국 정부가 우리 측에 전달하고 공개적으로 밝혀온 입장의 연장선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비엔티안=조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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