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만난 北·中… ‘사드 연대’ 노골화

입력 2016-07-26 05:38
윤병세 외교부 장관(왼쪽 사진)이 25일(현지시간) 라오스 비엔티안 국립컨벤션센터에서 이용호 북한 외무상(가운데 사진) 등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 참석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윤 장관은 휴게실에서 이 외무상과 ‘깜짝 만남’을 가졌다. 윤 장관은 이 외무상에게 “만나서 반갑습니다”라고 인사했고, 이 외무상도 “반갑습니다”라고 답했다. 전날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서 냉랭한 분위기를 연출했던 왕이 중국 외교부장(오른쪽 사진)은 이날 북·중 외교장관 회담에선 시종일관 친밀감을 과시했다. AP뉴시스

북·중 외교수장이 2년 만에 만났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 결정 이후 중국이 ‘북한 끌어안기’를 더욱 노골화하는 모양새다. ‘한·미·일 대 북·중’의 대립 구도가 더욱 고착화될 가능성도 있다.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참석차 라오스를 방문 중인 이용호 북한 외무상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25일 수도 비엔티안 국립컨벤션센터(NCC)에서 만나 회담을 가졌다. 북·중 양자회담이 성사된 건 2014년 미얀마 ARF 이후 2년 만이다.

왕 부장은 회담 모두발언에서 “중·조(북한) 관계의 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할 용의가 있다”면서 “중·조 관계를 비롯한 공동 관심사에 대해 깊이 있는 의견을 교환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외무상도 “(중국과) 앞으로 적극 협력하는 외교 관계를 맺고 싶다”고 말했다.

왕 부장은 북·중 회담 후 비엔티안 미디어센터(ICTC)로 이동해 기자회견을 가졌지만 한반도 문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회견장을 나서면서 ‘북·중 회담이 어땠느냐’는 우리 측 기자의 질문에 “좋았다”고만 답했다. 다만 중국 외교부는 왕 부장이 회담에서 “중국 측은 (한)반도의 비핵화, 평화·안정 유지,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견지한다. 이 기본 정책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북핵 불용’ 입장만큼은 분명히 짚고 넘어간 셈이다.

우리 측은 전통적 우방인 미·일과 소통했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의 회담에서 “북한의 무책임한 핵무기 개발은 지역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윤 장관은 “한·미동맹이 그 어느 때보다도 깊고 넓다는 메시지를 북한에 명확하고도 강하게 전달할 때”라고 말했다. 윤 장관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도 만나 ‘12·28 위안부 합의’ 후속조치를 원활히 이행하고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공동 대응하기로 뜻을 함께했다.

이에 따라 사드 배치 결정 이후 한반도 정세가 ‘한·미·일 대 북·중’의 구도로 흘러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게 됐다. 북·중 관계 개선으로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 공조도 모멘텀을 잃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윤 장관은 “과거 냉전시대처럼 북·중·러, 한·미·일 이런 구도가 다시 나타나는 건 과도한 전망”이라고 했다.

비엔티안=조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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