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인천상륙작전’의 이정재 “무거운 배역만 맡는다고요? 시나리오가 안들어오네요…”

입력 2016-07-26 17:05
사진=이병주 기자
영화 ‘관상’에서 야욕을 숨긴 수양대군, ‘암살’에서 친일 행각의 염석진으로 인상을 남긴 배우 이정재(44)가 27일 개봉되는 ‘인천상륙작전’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해군 대위 장학수 역을 맡았다. 앞선 두 편에서 악역을 연기했다면 이번에는 애국자로 탈바꿈했다. ‘신세계’ ‘도둑들’ ‘빅매치’에서도 비중 있는 역할이었지만 시대극에서 더욱 빛을 발하고 있는 그다.

25일 서울 종로구 삼청로 한 카페에서 만난 이정재는 “실화나 실존인물을 기반으로 하는 시대극은 극적인 긴박감을 높여야 하고 관람객들도 몰입도가 필요하다”며 “이번에도 이런 점을 잘 살리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20년 넘게 연기생활을 했는데도 워낙 긴장을 많이 해서인지 손가락 인대가 끊어질 정도로 액션에 몰두했다”며 다쳤던 손을 들어 보였다.

‘인천상륙작전’(감독 이재한)은 5000대 1의 성공 확률로 한국전쟁의 역사를 바꾼 숨은 영웅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이정재는 맥아더 장군의 지시로 대북 첩보작전 ‘X-RAY’에 투입된 첩보부대 대장을 맡았다. 그는 “‘암살’로 욕을 많이 먹고 난 후 다음에는 좋은 역할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중 전쟁 첩보영화라는 점이 신선해 끌렸다”고 출연 동기를 밝혔다.

이정재가 캐스팅된 이후 맥아더 역으로 리암 니슨이 합류했다. 니슨과의 촬영은 어땠을까. “같이 나오는 장면이 딱 두 장면이에요. 제가 첩보부대에 자원하면서 신고식을 하는 장면과 마지막 장면인데 존재감이 대단했지요. 대사를 직접 써 와서 준비하고 잠깐 쉬는 시간에도 흐름을 잃지 않기 위해 자리를 떠나지 않는 등 진정 프로다운 모습이었어요.”

영화는 대원들의 목숨 건 첩보작전을 통해 반공주의나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방향으로 흐른다. 이에 이정재는 나름대로 의견을 냈다고 한다. “지나치게 애국, 애족에 집중되는 게 아니라 한국전쟁 중에 첩보전이 전개됐다는 흥미로운 사실을 부각시키려고 한거죠. 실화를 좀더 리얼하게 전하려고 스태프와 의견을 많이 나눴는데 100% 만족할 수는 없겠죠.”

니슨과의 촬영이 화제를 모았으나 북한군 인천방어사령관 림계진 역을 맡은 이범수와의 대결 장면도 예사롭지 않다. “같이 영화를 세 번이나 찍은 배우는 전지현밖에 없었는데, 이범수가 남자로는 처음이에요. ‘태양은 없다’ ‘오! 브라더스’에 이어 이번에도 만났는데 사람이 한결같아요. 열정도 뜨겁고요. 눈빛만 봐도 서로를 알기에 촬영이 순조로웠죠.”

‘부산행’의 흥행질주에 ‘인천상륙작전’이 제동을 걸어 관객몰이 반격작전에 성공할 수 있을까. “‘부산행’이 좀비재난영화의 새로운 지점을 열었다면 ‘인천상륙작전’은 가상의 시나리오가 아니라 우리가 잘 모르고 있었던 실제 사람들의 얘기를 첩보물로 전하는 작품이에요. 그런 점에서 새로우면서 영화적 재미를 충분히 느낄 거라고 봐요.”

영화의 메시지를 묻는 질문에 그는 “단 한 명이라도 살릴 수 있다면 우리는 아무리 어렵고 힘든 일이더라도 해야 한다”는 대사로 답을 대신했다. “너무 무거운 배역만 맡는 거 아니냐?”고 묻자 “영화든 드라마든 로맨틱 코미디 같은 것도 하고 싶지만 시나리오가 들어오지 않는다. 청춘은 아니지만 아직은 멜로물에도 쓸만할 텐데…”라며 머리를 긁적였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