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지산 밸리 록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 록팬, 폭염보다 뜨거운 열광

입력 2016-07-26 17:08

한낮 30도를 훌쩍 넘는 폭염이 계속됐던 지난 주말, 경기도 지산리조트에는 무더위에도 아랑곳 않는 이들이 수만명 운집해있었다. 화려한 타투와 시원한 옷차림으로 곳곳에 돗자리를 펴고 몸을 흔들며 한낮부터 음악을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22∼24일 ‘2016 밸리 록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밸리록페) 현장에서 더위 따위는 문제 되지 않았다.

록팬들이 가장 기다렸던 날은 첫날밤이었다. 보통 록 페스티벌의 가장 중요한 뮤지션은 마지막 밤을 장식하게 마련인데 올해 밸리록페는 첫날밤부터 핫했다. 14년 만에 한국을 방문한 세계적인 밴드 레드 핫 칠리 페퍼스(Red Hot Chili Peppers·RHCP)가 헤드라이너였기 때문이다.

메인 무대를 바라보며 빼곡하게 채운 2만여 관객은 RHCP 무대가 시작되기 전부터 흥분 상태였다. 무대를 점검하기 위해 잠시 올라온 스태프만 보고도 열광적인 환호가 쏟아졌다. 기행에 가까울 정도의 독특한 무대매너로 유명한 RHCP는 웃옷을 벗고 무대에 등장, 록팬들의 들뜬 기다림을 시원하게 날려줬다.

이들이 50대라는 걸 누군가 굳이 알려주지 않는다면 금세 떠올리기 힘들 정도로 힘이 넘치는 무대가 계속됐다. 록페 특유의 떼창과 열광은 RHCP의 앙코르곡 ‘기브 잇 어웨이(Give It Away)’에서 절정에 이르렀다.

2만여 관객이 주체하지 못 하며 쏟아낸 록 스피릿은 피아의 파워풀한 무대로 연결됐다. RHCP 무대에서 느꼈던 흥겨움을 폭발적인 에너지로 바꿔주는 공연이었다. 첫날은 저녁 무렵 이소라로 시작해 RHCP, 피아로 이어지며 밸리록페가 소화해낸 장르의 다양성을 확인시켜줬다.

둘째날과 셋째날 메인 무대는 일렉트로닉이 차지했다. 23일엔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EDM)에서 가장 핫한 DJ 제드(ZEDD)가, 24일엔 일렉트로닉 뮤지션 디스클로저(Disclosure)가 헤드라이너로 무대에 올랐다. 지코 등 힙합 뮤지션들이 함께했고 비록 새벽 시간대였으나 쇼미더머니, 언프리티랩스타 출연진의 무대도 있었다.

이 때문에 일부 록팬들은 밸리록페의 정체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2009년부터 매년 록 페스티벌을 즐겨왔다는 김정은(38·여)씨는 “2009년 밸리록페 초창기에 ‘힙합 이즈 데드(Hiphop Is Dead)’라고 써 붙이고 다니는 관객들이 있었다. 록이 아직 죽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려는 일종의 유머이기도 했다”며 “요즘엔 록페 무대에 래퍼들이 초청되고 있어서 씁쓸한 면도 있다”고 아쉬워했다. 캐나다에서 왔다는 한 외국인은 “더 많은 록 뮤지션들이 나왔으면 좋았을 텐데…. EDM DJ가 헤드라이너라는 게 아쉽다”고 말했다.

그래도 결국 록 페스티벌이었다. 트래비스, 쿨라셰이커, 트로이시반 등 해외 유명 밴드들이 축제 분위기에 한껏 젖어들며 신나는 무대를 펼쳤다. 김창완밴드, 장기하와 얼굴들, 혁오, 못, 국카스텐, 바이바이배드맨, 데드버튼즈, 쏜애플 등 인디밴드들의 무대도 알차게 이어졌다. 모처럼 비를 피한 밸리록페는 3일 동안 관객 9만명을 불러 모으며 성공적으로 마쳤다.

문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