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이 앞다퉈 몸집 불리기에 나서고 있다. 올해 상반기 호실적을 기록하며 두둑해진 ‘곳간’은 생산력 증대와 시장 개척을 위한 공장 증설, 인수·합병(M&A) 등에 투입되는 중이다. 한물간 굴뚝산업이 아니냐는 평가를 받기도 했던 화학업계가 여전히 미래 가치가 탄탄한 효자산업으로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셈이다.
LG화학, 엘라스토머 공장 증설
LG화학은 충남 대산공장 5만9400㎡ 부지에 약 4000억원을 투입해 20만t 규모의 엘라스토머 공장 증설을 진행키로 했다고 25일 밝혔다. 지난 1, 2분기 합산 영업이익만 1조원을 넘기면서 ‘실탄’이 마련된 덕분이다.
엘라스토머는 고무와 플라스틱의 성질을 모두 가진 고부가 합성수지다. 자동차용 범퍼 소재, 기능성 필름, 전선케이블 피복재, 신발의 충격흡수층 소재로 쓰인다. 차량 경량화 소재 등의 수요 증가로 고성장이 예상되지만 독자적으로 엘라스토머를 생산할 기술을 가진 업체는 세계에서 LG화학을 포함해 4개사밖에 없다. 2018년 공장 증설이 완료되면 LG화학의 엘라스토머 생산량은 29만t 규모로 증가하며 다우케미칼과 엑슨모빌에 이어 세계 3위로 올라선다.
LG화학은 중국이 빠른 속도로 따라잡는 범용소재보다 엘라스토머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기존 석유화학의 전통적 사이클이 붕괴되고 있고, 후발주자들의 추격이 거센 만큼 기술격차가 큰 프리미엄 제품에 집중해 지속적인 성장을 이뤄갈 것”이라고 말했다. 태양광이나 전기차 배터리 사업 등에서도 LG화학은 프리미엄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또 동부팜한농과 미국 수처리분리막 업체 나노H2O를 인수해 바이오·수처리 사업으로 영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SK이노베이션, S-OIL도 가세
S-OIL과 SK이노베이션 등 석유화학업체의 추격전도 거세다. S-OIL은 이날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 6429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6.1% 증가한 수치다. 매출액은 4조1984억원, 순이익은 4452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15.3%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올 상반기 영업이익만 1조1347억원에 달한다. 지난해부터 시행된 울산공장 시설개선사업 ‘SUPER 프로젝트’ 등 이익개선 활동으로 상반기에만 1090억원의 성과를 냈다.
상반기 호실적을 등에 업은 S-OIL은 지난 5월부터 울산 울주군에서 ‘RUC&ODC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2018년 4월 완공을 목표로 총 4조8000억원을 투입한다. 하루 7만6000배럴의 잔사유를 프로필렌과 휘발유 등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전환하는 RUC 시설과 연간 40만5000t의 폴리프로필렌(PP), 30만t의 산화프로필렌(PO)을 생산하는 ODC 시설을 함께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SK이노베이션 역시 기존 범용 화학제품 중심의 사업 구조를 고부가가치 화학제품 중심으로 전환을 시도 중이다. SK이노베이션은 상반기 영업이익으로 약 2조원을 벌어들였다. 준비된 자금력으로 기술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강소기업들을 발굴해 인수·합병하거나 글로벌 파트너링 방식의 합작사업을 추진하는 전략이다.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인 SK종합화학은 이미 2014년 중국 석유회사인 시노펙과 합작해 설립한 중한석화에서 연간 250만t 규모의 에틸렌 등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 중이기도 하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두둑한 실탄이 밑천”… 몸집 불리는 석유화학사들
입력 2016-07-26 0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