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美선 ‘미디어 공룡’ 출현, 국내 기업은 각종 규제 ‘발목’… 경쟁력 상실

입력 2016-07-26 04:05

미국 1위 통신사 버라이즌이 야후의 핵심사업을 인수한다. 통신과 디지털 미디어가 결합하면서 거대한 미디어 공룡이 조만간 출현하게 됐다. 미국은 이처럼 통신과 각종 미디어의 융합을 허용함으로써 산업 생태계를 넓혀가고 있다. 반면 우리 기업들은 각종 규제에 손발이 묶여 새로운 흐름을 놓치고 국제 경쟁력에서도 뒤처진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들은 버라이즌이 48억 달러(약 5조5000억원)에 야후 핵심사업을 인수키로 했다고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인수 대상은 야후 뉴스, 야후 금융 등 뉴스 콘텐츠 분야다. 동영상 중심 블로그 텀블러, 사진 공유 서비스 플리커 등도 포함된다.

버라이즌이 야후 인수에 뛰어든 것은 야후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업이 많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히 단순히 통신사업자가 아니라 거대 미디어 사업자로 도약하는데 야후가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버라이즌은 지난해 인수한 아메리카온라인(AOL)과 야후를 묶어 온라인 광고 경쟁력을 키울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AOL과 야후는 뉴스 등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하고 광고를 노출시키는 수익모델을 갖고 있다. 구글, 페이스북 등도 동일한 모델이다.

인터넷 마케팅 업체 컴스코어의 올 2월 집계를 보면 야후와 AOL은 미국 디지털 미디어 순위에서 각각 3위와 6위를 기록하고 있다. 둘을 합하면 구글보다 방문객이 50%나 많다.

AOL은 2011년 허핑턴포스트를 인수했다. 버라이즌은 AOL을 인수하면서 허핑턴포스트를 ‘핵심 자산’으로 평가했다. 야후도 자체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다. 버라이즌으로서는 통신사업을 넘어 온라인 콘텐츠까지 보유한 전방위 사업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국에서는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대규모 인수·합병이 계속되고 있다. 몸집을 불리거나 다른 분야와 시너지 효과를 내지 않으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걸 체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미국 2위 통신사업자 AT&T가 위성방송 1위 사업자 다이렉TV를 인수했다. 2011년에는 케이블TV 업계 1위 컴캐스트가 제작사 NBC유니버셜을 사들였다.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여전히 기업하기 어려운 나라라는 불만이 나온다. 최근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시도가 무산된 것은 시장 상황에 맞지 않는 낡은 규제가 기업을 얼마나 괴롭히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는 방송·통신 등 미디어 융합에 대해 독과점이란 부정적 잣대로만 접근하고 있어 경쟁력을 키울 수 없는 구조”라고 우려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