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효성’ 도마에 오른 공매도 공시

입력 2016-07-25 18:28

공매도 잔고 대량보유자가 첫 공시된 지 20일이 지났지만 유가증권시장 내 공매도 거래 비중은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공시제도의 허점을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금융 당국은 글로벌 스탠더드보다 강화된 기준을 적용하기는 어렵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2일 유가증권시장 내 공매도 거래대금 비중은 6.15%를 기록했다. 공매도 공시가 시행된 지난달 30일 기록한 3.97%보다 늘었다. 이달 평균 공매도 비중은 5.4%로 지난달 평균인 5.38%와 별다른 차이가 없다. 최근 5거래일간 공매도 비중은 오히려 지난달 평균치보다 높았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주식을 빌려서 매도한 후 낮은 가격에 매입(숏커버링)해 차익을 남기는 거래다. 공매도 공시제도는 개별기업 주식 총수의 0.5% 이상 공매도 잔고를 보유한 투자자를 매일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공매도를 주가 하락의 주범으로 지목하는 개미투자자들은 공시를 통한 공매도 감소 효과를 기대해 왔다. 하지만 시행일 전후 반짝 감소 효과에만 그쳤다.

시장에서는 공시제도의 기본적인 허점을 지적한다. 우선 실제 공매도로 수익을 얻는 외국계 헤지펀드 등을 파악하기 어렵다. 헤지펀드들은 주로 외국계 증권사와 계약을 맺고 공매도 베팅을 맡긴다. 실제 공매도 주체인 헤지펀드는 뒤에 숨고 한국 증권사에서 주식을 빌려온 외국계 증권사만 공시되는 구조다.

개미투자자들은 외국계 증권사에 주식을 빌려주고 수수료를 받는 국내 증권사가 공개되지 않는 것에도 불만을 품고 있다. 제일약품 소액주주모임 박창호 대표는 “공시된 투자자가 주식을 어디서 얼마나 빌려왔는지도 공시해야 투자자들이 참고자료로 쓸 수 있다”고 주장했다. 투자자의 순매도 잔고가 공시 기준인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기존 보유 주식이 많을 경우 공매도 포지션과 상쇄돼 공시 의무가 없어질 수 있어서다. 예를 들어 A주식 1만주를 공매도했더라도 기존 펀드에서 2만주를 보유하고 있다면 공시 대상에서 제외된다. 삼성증권 김동영 연구원은 “현재 상황에서 이 같은 공시는 유의미한 정보가 아니다”라고 했다.

최근 유상증자 절차를 밟고 있는 현대상선 주가가 공매도와 맞물려 급락하면서 투자자들의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현대상선의 유증 신주 가격은 지난 11∼13일 종가 평균의 70%인 9530원으로 정해졌다. 현대상선의 공매도 비중은 지난 1일 0.7%에서 11일 10.8%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주가는 1만4400원에서 1만3050원으로 급락했다. 공매도 투자자들은 하락장에 베팅하면서 유상증자된 신주를 9530원에 받아 되갚으면 ‘땅 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수익을 낼 수 있다.

금융 당국은 미국처럼 공매도 투자자의 유증 참여를 제한하는 제도를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현행 공시제도의 정보 공개 수준을 대폭 강화하는 건 어렵다는 입장이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주식을 빌려준 기관까지 공개하는 건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제도”라며 “아직 제도 시행 초기이니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더 두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