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수출채권을 은행에 팔아 20억원 가까운 돈을 챙긴 의류업자가 검찰에 구속됐다. 규모만 적었지 범죄 수법은 3조원대 무역금융 사기를 벌인 ‘모뉴엘 사태’의 축소판이었다.
서울중앙지검 조사2부(부장검사 정희원)는 25일 의류수출업체 G사 대표 김모(48)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및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 행사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삼성물산 미주법인 명의로 수출채권을 만들어 이를 국민은행에 판매해 수십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한국무역보험공사의 고소로 지난 2월 검찰 조사를 받았지만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되자 곧바로 도주했다. 검찰은 지난 17일 김씨를 체포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삼성물산 미주법인에 의류를 수출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는 2014년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해당 법인의 직원 명의로 주문서 등을 위조해 허위로 수출채권을 만들었다. 이 채권을 국민은행에 20차례 매각하고, 채권 매각대금 명목으로 약 163만 달러(약 18억원)를 받아 챙겼다.
김씨의 범행 수법은 금융업계를 뒤흔든 ‘모뉴엘 사태’와 유사했다. 소형 가전업계에서 혁신업체로 주목받던 중견기업 모뉴엘은 허위 수출 계약서를 작성해 거래가 없는 컴퓨터를 수출한 것처럼 꾸민 뒤 금융기관으로부터 사기 대출을 받았다. 모뉴엘에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과 무역보험공사는 수천억원대 손실을 입는 등 큰 타격을 받았다. 이번 사건에서도 무역보험공사는 허위 수출채권에 대한 보증으로 국민은행에 약 140만 달러에 이르는 돈을 구상금으로 지급해야 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단독] 주문서 위조 허위 수출채권 판매 18억 챙겨
입력 2016-07-26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