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김영란법’ 혼란 최소화 위해 위헌여부 신속 선고

입력 2016-07-25 18:01 수정 2016-07-25 21:36

이른바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의 위헌성 여부가 28일 판가름난다. 헌법재판소는 대한변호사협회와 한국기자협회 등이 제기한 김영란법 헌법소원 심판사건 심리 결과를 28일 선고키로 결정했다.

신속한 결정의 취지는 김영란법 시행일(9월 28일)을 앞두고 사회적 혼란을 최소화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사회적 파급력이 큰 탓에 김영란법은 공포 이후에도 다양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3월 18일 박한철 헌재소장은 신문방송편집인협회 토론회에서 “9월 법 시행 전에 심리를 마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헌재는 통상 마지막 주 목요일에 주요 사건 선고를 진행하기 때문에 이달 말이나 다음 달 말 등 두 차례의 기회밖에 남지 않았었다. 시행까지 2개월의 여유를 갖고 결정이 내려지는 데 대해 국회의 후속 작업을 염두에 둔 위헌 판단이라는 짐작도 흘러나왔다. 하지만 합헌 논리가 줄곧 우세했다는 법조계 시각도 만만찮다.

다양한 법적 쟁점

김영란법의 골자는 공직자가 직무 관련성이 없는 이로부터 100만원 이상(연간 300만원 이상)의 금품·향응을 받으면 대가성이 없어도 형사처벌을 가능케 한 것이다. 이 법은 2012년 8월 입법예고와 2013년 8월 국회 제출, 지난해 3월 법률 공포에 이르기까지 적용 대상부터 처벌 규정 등에서 많은 수정을 거듭했다.

우선 사립학교와 언론사를 ‘공공기관’으로 정의하고 사립학교 교직원과 언론인을 공직자로 본 것이 쟁점이다. 이에 대해 국가가 사적 영역에 부당하게 개입한 것이며, 언론과 사학의 자유를 위축시킨다는 반발이 거셌다. 애초 입법 취지에 맞지 않게 선출직 공직자 등이 법 적용에서 배제됐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하지만 공직자 범위를 정부공무원에 한정짓지 않는 것이 국제법적 질서에 부합한다는 합헌론도 크다. 민간의 영향력이 나날이 늘고 있는 현대 행정환경에서 당연한 조치라는 의견도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헌재 공개변론에서 “국어사전에 ‘촌지’는 ‘흔히 선생이나 기자에게 주는 것을 이른다’고 풀이된다”며 언론과 사학에 대한 합리적 차별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배우자가 금품을 수수했음을 알고 신고하지 않으면 공직자 본인을 처벌한다는 내용도 논란이었다. 위헌론은 이러한 조치가 ‘자신이 아닌 친족의 행위로 인해 불이익을 받는 경우’에 해당돼 헌법의 자기책임 원칙에 반할 소지가 있다고 비판했다. 배우자의 비위를 몰라 신고하지 못한 경우에도 정황상 인지한 것으로 추정될 것이라는 문제점도 제기됐다.

합헌론은 ‘연좌제’가 아니라고 반박한다. 부정한 금품에 한정된 것일 뿐 공직자의 배우자이기 때문에 불이익 받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였다. 무엇보다 이 조항이 없다면 배우자를 통한 우회적인 청탁·금품 수수가 가능하다는 시각이 컸다.

OECD 34개국 중 청렴도 27위

‘부정청탁’의 의미가 모호해 명확성 원칙에 반한다는 위헌론도 있다. 하지만 국회 법안심사소위 의결, 국회 본회의 통과 등을 거치며 부정청탁은 15가지로 유형화됐다는 반론이 제기됐다. 부정청탁이라는 개념에 대해서는 대법원 판례도 상당 부분 축적돼 있다.

금품·외부강의 사례금 등의 구체적인 상한액이 대통령령에 위임된 것을 두고 “포괄위임금지 원칙에 어긋난다”는 위헌론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법조항 전체를 유기적으로 판단하면 ‘1회에 100만원, 매 회계연도 300만원 이하’의 범위임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다는 반대 의견이 있다.

여러 쟁점에도 불구하고 김영란법은 부패 척결이라는 명분을 토대로 여론의 폭넓은 지지를 얻었다. 경제력에 비춰볼 때 우리 사회의 청렴도 수준은 낮은 편이다. 올해 국제투명성기구(TI)가 발표한 2015년 한국의 부패인식지수(CPI)를 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34개국 가운데 27위다. 법학계에서는 “김영란법이 있었다면 해피아(해수부+마피아) 부패를 막아 세월호 참사가 방지됐을 것”이라는 논문도 나왔다.

한우농가와 공공기관 주변 식당 등은 김영란법이 경제적 악영향으로 작용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다만 한국법제연구원은 지난해 11월 연구용역 보고서를 통해 “공직사회의 투명성과 청렴함에 대한 국민의 요구가 매우 강하다”고 진단했다. 법제연구원은 “범정부 차원의 철저한 대비가 요구되고, 각종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한 하위법령 제정이 긴요하다”고 평가했다.

이경원 양민철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