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개포주공 3단지를 재건축하는 ‘디에이치 아너힐즈’가 높은 분양가 때문에 분양보증을 받지 못했다. 분양가를 이유로 분양보증을 받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가 과열 양상을 보이는 재건축 단지에 제동을 걸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지만 건설업계에선 분양가 상한제나 다름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25일 “개포주공 3단지 주택재건축사업 주택분양보증 신청 건에 대해 심사한 결과 이를 승인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단지의 고분양가가 다른 사업장으로 확산될 경우 보증 리스크가 증가할 수 있어 분양보증을 승인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HUG는 디에이치 아너힐즈 분양가가 인근 단지 대비 10%를 초과하는 등 단기간 급등했다고 판단했다. HUG에 따르면 디에이치 아너힐즈의 3.3㎡당 분양가는 4310만원으로 지난달 강남구 분양가(3804만원)에 비해 13% 높고, 지난 3월 분양한 래미안 블레스티지(개포주공 2단지·3762만원)보다는 14% 높다. 또 서울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지난달 1954만원으로 1년 전에 비해 7% 올랐지만 개포주공 3단지는 같은 기간 107% 올랐다. HUG 관계자는 “단기간 가격이 급등한 지역에 경각심을 주기 위해 분양보증을 발급하지 않기로 했다”며 “분양가를 낮춰 재신청한다면 기본적인 서류는 다 갖추고 있어 분양승인까지 오래 걸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건설업계와 해당 조합은 고분양가를 이유로 분양보증을 발급받지 못하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분양보증 심사가 분양가 상한제와 비슷한 기능을 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재건축 단지마다 사용 자재나 일반분양 가구 수 등 제반 조건이 제각각인데 인근 단지와 비교해서 분양가가 높다는 이유로 규제하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센터장은 “정부 입장에선 줄줄이 예정된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에까지 고분양가 논란이 확산될 수 있어 제동을 걸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면서도 “단기 대책이 아닌 장기 대책으로 분양보증 승인 카드를 계속 쓰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시공사인 현대건설은 조합과 상의해 분양보증을 다시 신청할지, 일반분양(69가구) 시기를 늦출지 결정할 계획이다. 3.3㎡당 최고 분양가가 5000만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됐던 개포주공 3단지는 분양가를 낮춰 분양보증을 신청했지만 HUG가 추가 서류 제출을 요구하며 승인을 미뤄왔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디에이치 아너힐즈’ 분양보증 못받아
입력 2016-07-25 18:25 수정 2016-07-25 2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