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큰손 ‘왕훙’ 모시기 뜨거운 유통업계

입력 2016-07-26 04:00
애경산업이 지난 5월 AK노보텔 앰버서더 수원에서 중국 왕훙들을 초청해 루나 메이크업 제품을 활용한 뷰티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애경산업 제공

마케팅 파워를 자랑하는 ‘왕훙(網紅)’이 중국 소비자를 움직이는 큰손으로 떠오르면서 국내 업체들이 ‘왕훙 모시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단순히 상품 마케팅에 활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국내 초청 행사 등을 통해 체계적으로 브랜드를 홍보하는 전략을 짜고 있다.

중국 인터넷 파워블로거를 뜻하는 왕훙은 최근 스마트폰 보급이 확산되고 있는 중국 시장에서 강력한 마케팅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25일 코트라 상하이 무역관에 따르면 올해 전자상거래에서 왕훙 관련 산업은 연간 규모가 580억 위안(약 9조9000억원)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에는 단순히 제품을 노출시키는 것이 아니라 이들을 한국으로 초청해 세미나 등을 진행하며 업체와 제품에 대한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애경산업은 지난 5월 제주항공, AK플라자, 노보텔 앰버서더 수원 등 그룹 3개 계열사와 공동으로 중국 왕훙 10명을 초청하는 행사를 개최했다. 이들을 대상으로 뷰티 강좌와 쇼핑몰 탐방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한국을 찾은 왕훙에 자연스럽게 애경그룹 화장품 브랜드 에이지20’s(에이지투웨니스)와 루나 등도 노출해 종합적인 이미지 구축에 나섰다.

중국인을 중심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있는 리더스코스메틱은 지난 11일 왕훙을 아예 리더스 홍보대사로 위촉하고 행사를 진행했다. 한국을 찾은 왕훙은 3박4일 동안 ‘글로벌 뷰티 리더스 인 서울’ 행사를 진행하면서 피부과에서 피부관리 체험을 하고 김진구 대표이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신제품 발표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이들 행사 일정은 개인 방송 채널 등으로 실시간 생중계됐다. 다음 달에는 중국 최대 패션·뷰티 전문 쇼핑 플랫폼 모구지에, 메이리슈어 등을 운영하는 메이리연합그룹 천치 대표와 인기 왕훙들이 카페24 초청으로 한국을 찾아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다.

업체들이 왕훙을 극진히 모시는 이유는 이들의 영향력이 웬만한 한류스타를 능가하기 때문이다. 왕훙은 제품을 자신의 웨이보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홍보하는 대가로 적게는 100만원에서 많게는 1000만원까지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류스타를 통해 상품을 노출하는 것보다 적은 비용으로 높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평가다. 중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왕훙으로 꼽히는 파피장의 경우 웨이보 팔로어가 1500만명으로 웬만한 한류스타 연예인보다도 많다.

이들은 연예인처럼 화려한 외모가 아니라 친근함을 무기로 소비자들에게 어필한다. 일상생활을 자신의 SNS를 통해 공유하고 실시간 댓글 등으로 소통하기 때문에 제품 광고라는 거부감이 덜하다는 것이다. 특히 자국 제품을 불신하는 소비자들이 왕훙을 믿을 만한 마케팅 채널로 여긴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왕훙을 통해 중국 소비자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어 이들을 찾는 기업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