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하면 큰돈을 벌게 해주겠다고 ‘20년 친구’를 속여 수십억원을 가로챈 40대 보험설계사가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성공투자로 유명한 증권사 팀장’을 알고 있다며 투자를 권유한 뒤 생활비와 빚 갚는 데 돈을 썼다.
서울 종암경찰서는 투자금 78억원을 받은 뒤 돌려주지 않은 혐의(사기)로 윤모(40·여)씨를 구속했다고 25일 밝혔다. 8년째 생명보험사에서 근무하고 있던 윤씨는 친구인 A씨(40·여)와 그의 가족 등 10여명에게서 2011년 12월부터 지난달까지 378회에 걸쳐 78억원을 받아 챙겼다.
윤씨가 말한 ‘성공투자로 유명한 증권사 팀장’은 존재하지 않는 인물이었다. 받은 돈으로 실제 투자를 하지도 않았다. 그는 피해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처음에는 500만∼1000만원의 투자금을 받은 뒤 한 달 만에 원금의 10%를 수익금으로 더해 돌려줬다.
피해자들이 자신을 신뢰하자 본색을 드러냈다. 차츰 투자금을 늘렸고 수익이 났다고 말했지만, 이익금 명목으로 소액만 주고 원금 지급을 미뤘다. 투자금을 돌려 달라고 요구하는 피해자에게 다른 피해자로부터 받은 돈을 주는 ‘돌려막기’도 했다.
사기행각이 이어지면서 피해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피해자들은 경찰조사에서 “길거리에 나앉게 생겼다” “집안이 폭삭 망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집안을 부양하는 가장이었던 윤씨는 가로챈 돈으로 자신의 빚을 갚았다. 경찰 조사결과, 그는 기획부동산으로 4500만원의 손실을 보고 비슷한 시기에 보이스피싱으로 1500만원을 잃자 생활비 마련을 위해 범행을 시작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홍석호 기자 will@kmib.co.kr
“큰 돈 벌어주겠다”… ‘20년 지기’ 등친 40대 女
입력 2016-07-25 1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