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올림픽, 아는 만큼 보인다 <4> 태권도] 60년 짧은 역사로 600만 세계인 매료

입력 2016-07-26 04:02
한국 남자태권도 68㎏급 국가대표 이대훈이 지난 13일 서울 노원구 공릉동 태릉선수촌에서 열린 2016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미디어데이 행사 공개훈련 중 다이나믹한 발차기를 연출하고 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남자 태권도 58㎏급 은메달을 목에 걸었던 이대훈은 이번 올림픽에선 한 체급 높여 금메달을 노린다. 뉴시스
한반도 고대 부족국가들은 부족의 단합과 많은 수확을 기원하며 영고 무천 동맹 등으로 불리는 원시종교의식을 거행했다. 또 방어와 세력 확대를 위해서 전투능력 향상을 도모하는 게 필수였다. 이런 종교의식이나 신체단련 과정에서 행해지던 활동은 점차 우리 민족 고유의 무예로 발달했다. 신체 단련 활동은 자연스레 사람, 부족들 간의 경쟁의식을 부추겼고, 점차 시대를 거치면서 경기적 성격을 지니게 됐다. 우리의 고유 전통무술로는 수박(手搏) 수박희(手搏戱) 택견 등이 있는데 현대에 이르러 이를 계승 발전시켜 만든 게 바로 태권도다.

삼국시대에는 국방 전투기능 향상을 위한 무예의 필요성이 강조됐다. 무인들은 자연스레 택견을 필수 무술로 여기기 시작했다. 고구려의 ‘선배’와 신라 ‘화랑’들은 산천을 주유하며 택견 등의 무예를 수련했다. 백제는 선진문화라 여겨지던 맨손무예를 일본에 지도, 전파했다. 조선시대에는 무예의 대중화가 이뤄졌다. 단순한 무예가 아니라 백성들 사이에서 관람할 수 있는 체계가 확립되면서 스포츠로 성행하기 시작했다.

일제시대 때는 일본이 우리 민족의 무예 수련을 금지시켰다. 하지만 1945년 해방 이후 우리 고유 무예를 되찾자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여러 도장의 스승들이 머리를 맞댔다. 우리 전통 무술인 택견, 그리고 가라데 유도 쿵푸 등의 일부 기술들이 가미된 ‘하이브리드 무술’ 태권도를 탄생시켰다.

태권도가 탄생한 1955년에는 최초 ‘태수도’란 명칭이 쓰였다. 1957년에 이르러 태권도로 불리기 시작했다. 태권도는 이후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급격히 전파되기 시작했다. 1961년 9월 16일 대한태권도협회가 창설됐고, 1973년 세계태권도연맹(WTF) 창설로 국제화를 위한 기반이 조성됐다. 이듬해에는 태권도 강사 600명이 전 세계로 파견돼 태권도 대중화에 앞장섰다.

이렇게 보면 태권도의 역사는 사실 60년 남짓이다. 태권도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이제는 전 세계 600만 인구가 즐기는 대중 스포츠 중 하나가 됐다. WTF에는 세계 197개국이 가입돼 있다.

올림픽과의 인연도 그리 길지 않다. 태권도는 1988년 서울,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때 시범종목으로 운영됐다. 이후 1994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를 거쳐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의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올림픽에서 태권도는 흥미를 끌어올리기 위해 지속적으로 다각적인 변화를 시도해왔다. 시드니 대회 당시 경기장은 가로세로 12m의 정사각형 구조였다. 2004년 대회부터는 선수들의 적극적인 공격을 유도하기 위해 경기장 면적을 좁히기 시작했다. 런던 올림픽에서는 가로세로 8m의 정사각형 경기장을 사용했지만, 다음달 열리는 2016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리우 올림픽)에선 정팔각형 모양의 경기장이 도입된다. 정팔각형 경기장은 사각지대가 없어 정확한 판정과 빠른 플레이 유도가 가능하다. 또 런던대회 때 선보였던 전자 호구 시스템은 리우 올림픽부터 몸통 뿐 아니라 헤드기어에도 적용된다.

태권도복에도 변화가 있다. 기존 태권도에서는 상하의 흰색 도복을 입어야 하는 규정이 있었다. 리우 올림픽부터는 자국을 상징하는 색깔이나 디자인이 담긴 태권도복 하의를 입을 수 있게 됐다. 올림픽 태권도에 참가하는 63개국 중 20개국이 새로운 디자인의 도복을 선보일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태권도 종주국으로서 전통을 지키자는 차원에서 흰색 도복을 입기로 했다.

우리나라는 역대 올림픽 태권도에서 금메달 10개 은메달 2개 동메달 2개를 땄다. 하지만 지난 런던 대회에서는 금메달 1개 은메달 1개에 그쳤다. 당시 8개의 금메달이 8개국에 하나씩 돌아갔다. 그만큼 태권도는 국제화와 평준화의 급물살을 타고 있다.

한국 태권도는 리우 올림픽에서 지난 대회의 부진을 털어낼 준비를 마쳤다. 8체급 중 역대 올림픽 최다인 5체급에 선수들이 출전한다. 남자부에서는 58kg급 김태훈과 68kg급 이대훈, 80kg 이상급 차동민이, 여자부는 49kg급 김소희와 67kg급 오혜리가 나선다. 런던 대회 은메달리스트 이대훈은 한 체급을 올려 금메달을 향한 발차기를 선보인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