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글로벌 금융사의 ‘脫 한국’ 우려된다

입력 2016-07-25 18:44
유럽과 미국에 본사를 둔 외국 금융사의 ‘탈 한국’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올 들어 한국에서 아예 철수하거나 사업을 축소한 외국계 금융사는 6곳이다. 대부분이 유럽과 미국계다. 영국 바클레이스은행이 지난 1월 지점 폐쇄를 신고했고 스위스계 UBS와 미국의 골드만삭스도 은행 영업을 접었다. 싱가포르 BOS증권은 지난 4월 한국지점을 폐쇄했다. 1∼2년 전부터 한국 사업을 대폭 줄인 스탠다드차타드, 맥쿼리, 씨티 등에 이은 것이다.

반면 중국계 자본의 한국 시장 진출은 보험업계를 중심으로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ING생명 매각 협상에는 홍콩·중국계 자본만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동양·알리안츠생명에 이어 세 번째로 중국계 자본이 한국 보험사의 주인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서구 금융사가 떠난 자리를 중국 자본이 채우니 다행이라고 안도할 수는 없다.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가진 서구 금융사들이 우리 금융산업 국제화와 국제 네트워크 형성에 상당한 역할을 해 왔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사들의 ‘탈(脫) 한국’은 국내 금융사의 선진 금융기법 습득 기회가 줄어들고 양질의 전문직 일자리가 사라짐을 의미한다. 서구 금융사의 탈출이 한국 거시경제 상황이나 금융 시스템 위기 가능성 때문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수익이 악화된 유럽계 금융사들이 본사 차원에서 진행 중인 ‘글로벌 사업 조정’의 측면이 강하다고 한다.

하지만 외국 금융사들이 한국·대만 등에서 철수해 중국과 동남아 등으로 역량을 집중하는 추세가 더욱 강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게다가 중국 자본의 한국 금융사 매입 붐이 향후 국내 현안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금융 당국은 글로벌 기업 친화적인 환경 조성에 힘을 쏟아 우리 금융시장의 다양화와 국제화가 후퇴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