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6학년 A양은 지난해 2학기 같은 반 여자아이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했다. 학교 수업을 마치면 10여명이 A양을 ‘단톡방’(모바일메신저 단체 채팅방)에 초대해 욕설을 퍼부었다. 부모 욕을 하는 일도 있었고, A양 사진을 훼손해서 단톡방에 올리기도 했다. A양과 부모는 학교폭력대책위원회(학폭위)에 이 일을 신고할까 고민하다 부담스러워 담임교사의 중재를 택했다.
중학교에 다니는 B양도 지난해 3월 단톡방 때문에 마음고생을 심하게 했다. 같은 반 남학생 7명은 단톡방에서 B양에 대한 음담패설을 늘어놓았다. 수학여행에서 대화내용이 흘러나오면서 학폭위가 열렸다. 학폭위는 가해 학생에게 교내 봉사활동 조치를 내렸다.
은밀하고 교묘한 ‘사이버 학교폭력’이 급증하고 있다. 전체 학교폭력이 줄고 있지만 사이버 공간에서 이뤄지는 학교폭력에 시달리는 학생은 늘었다. 단톡방에 피해학생을 초대한 뒤 집단으로 욕설을 하고 괴롭히는 ‘떼카’, 괴롭힘을 피해 채팅방에서 나간 피해자를 계속 초대하는 ‘카톡감옥’, 단톡방에 부른 뒤 피해자만 두고 모두 퇴장하는 ‘방폭’ 등 수법도 다양해지고 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염동열 의원이 25일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학교폭력 및 조치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체 학교폭력 건수는 2012년 2만4709건에서 지난해 1만9968건으로 19.1% 감소했다. 반면 사이버 학교폭력은 2012년 900건에서 지난해 1462건으로 1.62배 늘었다.
사이버 학교폭력은 초등학교에서 가장 심각했다. 초등학교에서 이뤄진 전체 학교폭력에서 사이버 학교폭력 비중은 2012년 6.4%였지만 지난해 8.7%로 증가했다. 중학교에선 이 비중이 2012년 2.9%에서 지난해 6.7%로, 고등학교에선 같은 기간에 2.7%에서 6.2%로 뛰었다. 오인수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교폭력이 엄격하게 처벌된다는 걸 인식하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교묘한 폭력 쪽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스마트폰 이용이 활성화되면서 시공간을 초월한 괴롭힘이 용이해진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지난 18일 제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사이버 괴롭힘’ 대책으로 인터넷·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에 대한 상담·치유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사이버 폭력 예방 선도학교도 지난해 100곳에서 올해 150곳으로 늘렸다.
전체 학교폭력은 중학교(1만585건)에서 가장 많이 발생했고 고등학교(6006건) 초등학교(3239건)가 뒤를 이었다. 상해·폭행이 59.2%로 가장 많았다. 이어 명예훼손·모욕(7.4%) 사이버 폭력(6.8%) 협박(5.1%) 등이었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
[기획] 학교폭력 근거지 사이버로 이동 중
입력 2016-07-26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