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둥이가 수능을 잘 봐 의대에 들어갔다고 자랑하던 지인이 요즘은 아이가 대학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휴학하려 한다며 걱정하고 있다. 진로에 걸맞은 역량이 부족해 적응하지 못하는 상황이 단순히 이 아이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지난날 우리의 입시제도는 어떻게 하면 공정한 선발제도를 정착시킬지 고민했고, 오지선다형 문제가 절대적 영향을 미치다보니 학교에서는 지식 위주 교육이 주를 이룰 수밖에 없었다. 이는 효율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산업사회에서 가장 효과적이고 필요했던 교육이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많은 지식을 암기하는 똑똑한 인재보다 잠재력을 발현하며 토의·토론을 하고, 새로운 생각을 융합하고 협업하면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가는 ‘창의융합형’ 인재를 필요로 한다.
이세돌 기사와 알파고의 바둑 대결 이후 ‘미래’에 관심이 커졌다.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역량을 심어주지 않는다면 우리에게 미래란 없을 수도 있다. 자라나는 세대가 갖춰야 할 역량은 학교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을 잘 배우면서 키워나가야 하는 것이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다양한 학습 경험을 하며 꿈과 끼를 발견하고, 자연스럽게 역량을 갖춘 사람으로 성장하는 과정과 결과를 학교생활기록부에 담을 수 있는 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러한 변화의 바람에 부응하기 위해 수업의 중심을 ‘학생’에 두고 학습을 설계한 2015 개정 교육과정이 고시됐다. 학생이 적극 참여하는 방식으로 전환해 역량을 키우는 것에 중점을 뒀다고 한다. 대학입시의 학생부종합전형은 학교생활을 충실히 한 학생을 선발하는 전형이다. 학생들에게 모든 수업에 열심히 참여하고 학습하는 자세를 갖도록 유도하는 제도다. 교사들이 교실 수업을 개선하도록 견인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학생부종합전형의 중요한 자료가 되기에 수업과 평가, 학생부 기록 등이 모두 예전보다 힘들고 부담스럽지만 많은 교사가 이를 지지한다.
학교는 학생들에게 어떤 교과목을 배우도록, 어떤 학습을 하도록 기회를 제공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정부는 문·이과 통합을 위해 교육과정을 개선했다. 학생들은 과목을 선택해 수업에 참여할 수 있다. 이런 수업은 학생들이 미래를 선도할 역량을 기를 수 있는 기회가 돼야 한다. 교육부가 창의력, 인문학적 통찰력, 도전정신 등을 함양할 수 있는 수업 모델을 정착시키겠다고 지난 4월 발표한 ‘고교 맞춤형 교육 활성화 계획’의 성패는 학생들에게 역량 함양의 기회를 얼마나 줄 수 있느냐에 달렸다.
학생이 다양한 과목 중 자신의 진로 및 관심 분야에 맞는 과목을 선택할 수 있도록 교육청 단위의 노력이 지속돼야 한다. 여기에는 교육 여건을 개선하려는 의지뿐 아니라 예산도 필요하다. 학교도 과목의 주당 시수를 늘려 학기집중이수를 추진하고, 복습 과목을 없애 학년이 올라갈수록 사고력이 깊어지는 학습을 할 수 있게 교육과정 편성에 유의해야 한다. 이런 변화가 성공하려면 학생이 원하는 교과목을 선택해 미래사회에 필요한 역량을 기르는 일이 입시에서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학교 현장이 살아나기 위해서는 교육과정, 수업, 평가, 기록, 입시가 하나의 사이클로 돌아가야 한다. 학교는 학기별로 학생들이 어떤 과목을 선택·학습토록 교육과정을 제공할지 고민하고, 교사는 수업에서 학생에게 어떻게 참여 기회를 줄지 계획하고, 또 학생이 수업 중 보여준 사고의 깊이와 넓이를 관찰해 학생부에 정확히 기록하며, 대학은 그것을 전형 자료로 사용하면 되는 것이다. 이제는 진정 아이들의 역량을 키워주는 교육이 될 수 있도록 모두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진동섭 ㈔진로진학정보원 이사
[기고-진동섭] 학교 교육을 살리는 사이클
입력 2016-07-25 17: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