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푸틴한테 고개를 숙였다.”
IOC가 국가 차원의 조직적 도핑 파문을 일으킨 러시아에 대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금지 조치를 취하는 대신 ‘각 종목 국제경기연맹(IF) 결정에 맡긴다’는 면죄부를 주자, 각국 주요 언론이 25일 일제히 쏟아낸 목소리다.
전날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집행위원회 직후 기자회견에서 “개별 선수들이 자신이 연루되지 않은 시스템 때문에 제재받아서도 고통을 받아서도 안 된다”며 이 같은 결정을 내놨다.
그러나 영국 ‘데일리 메일’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시를 하면 IOC는 그대로 따른다. 이게 바로 러시아 선수들이 리우올림픽에서 당당하게 행진하게 된 이유”라고 꼬집었다. 미국 ‘USA 투데이’는 “IOC가 영혼을 팔았다. 도핑에 연루된 러시아 선수들이 경기에 참여하고 시상대에 오르게 됐다”고 힐난했다.
러시아 정부가 도핑 조작에 조직적으로 개입한 정황이 드러난 육상은 리우행이 금지됐다. 지난 6월 국제역도연맹(IWF)으로부터 1년 자격정지 처분을 받은 러시아 역도도 올림픽에 참가하지 못한다. 그러나 다른 종목들은 개별 선수에 대한 반도핑 기록을 분석해야 한다는 조건으로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다. 국제테니스연맹과 국제사이클연맹, 국제승마협회, 국제레슬링연맹, 국제체조연맹, 세계태권도연맹 등은 이미 러시아 선수들의 참가를 허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러시아의 도핑은 선수 개개인의 불법 행위가 아니다. 스포츠부와 선수단 훈련센터, 정보기관인 연방보안국(FSB)까지 나서 저지른 짓이다. 확인된 규모만 해도 5년 동안 30여 개 종목에 걸쳐 무려 577개의 샘플이 조작됐다.
사상 초유의 국가적 차원의 도핑에 대해 세계반도핑기구(WADA)와 미국 독일 일본, 캐나다 등 14개 국가는 러시아 선수단의 올림픽 퇴출을 강력 주장했다.
이처럼 IOC가 무책임한 결정을 내린 이유에 대해 스포츠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푸틴과 바흐의 관계에 주목하고 있다. 둘은 2014 소치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여러 차례 만나 친분을 쌓았고, 바흐 위원장은 러시아 제재에 늘상 미온적이었다. 소치동계올림픽 유치 과정에서 러시아는 IOC 위원들을 상대로 로비를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러니하게도 러시아 도핑을 고발한 율리아 스테파노바(30)의 리우올림픽 출전은 무산됐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IOC, 영혼 팔았다”… 도핑 파문 러시아 리우行 각국 주요 언론 비난 봇물
입력 2016-07-25 18:42 수정 2016-07-25 21: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