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우생순(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으로 친숙한 핸드볼. 기원은 고대 그리스의 ‘하르파스탄’과 로마의 ‘하르파스톰’이란 경기다. 깃털을 채운 가죽주머니를 여러 사람들이 서로 빼앗아서 정해진 장소에 던져 넣는 경기였다. 현대 핸드볼은 1890년대에 체코와 덴마크에서 태어나 1910년대 독일에서 발전했다.
체코 교사들은 7명씩 출전하는 ‘하제나’란 실내경기를 만들어 보급했다. 잦은 부상 때문에 축구가 금지된 덴마크에선 홀게 닐센이라는 체육교사가 ‘한드발’이라고 부르는 종목을 고안했다. 그가 만든 규칙은 현대 핸드볼의 기반이 됐다. 콘라드 코흐라는 독일인은 19세기 말 ‘라프발슈필’이란 경기를 개발했다. 여자들이 실내 코트에서 벌이는 ‘토르발’이라는 경기로 진화했다. 1920년대에 카를 쉬렌츠라는 체육학 교수는 이 경기에 남성성을 가미해 한 팀당 11명씩 뛰는 야외경기로 바꿨다. 독일은 1936 베를린올림픽 시범종목에 야외 핸드볼을 집어넣었고, 결승전에서 오스트리아를 10대 6으로 꺾고 우승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독일은 국제사회에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자연스레 핸드볼 영향력도 상실했다. 새로운 강자는 덴마크였다. 1946년 코펜하겐에 국제핸드볼연맹이 창립됐고, 독일식 야외 경기는 사라졌으며, 실내 경기가 국제 표준이 됐다.
그러나 유럽 외의 다른 대륙에선 핸드볼에 무관심했다. 아시아와 아프리카엔 아예 핸드볼이 알려지지도 않았다. 핸드볼은 1970년대에 이르러서야 국제적인 경기가 됐다. 남자 핸드볼은 1972 뮌헨올림픽에서, 여자 핸드볼은 1976 몬트리올올림픽에서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최근 남자 핸드볼 강호는 독일 프랑스 크로아티아 스웨덴 스페인 등이다. 여자 핸드볼 강호는 덴마크, 노르웨이, 한국, 러시아다.
여자 핸드볼은 한국에겐 구기종목 중 최고 효자다. 1984 로스앤젤레스올림픽을 시작으로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까지 9회 연속 본선 진출의 쾌거를 이뤘다. 올림픽 본선에서도 2012 런던올림픽까지 8회 연속 4강에 올랐을 정도로 자타가 공인하는 강팀이다. 비인기 설움 속에서도 1988 서울올림픽과 1992 바르셀로나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1984년과 1996년, 2004년 대회에선 은메달, 2008년 대회에선 동메달을 차지했다. 특히 2004년 올림픽에선 덴마크와 2차 연장전과 승부던지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심판 편파판정으로 은메달에 그칠 정도였다. 그때 한국 선수들의 투혼은 영화 ‘우생순’으로 만들어졌다.
‘임영철호’는 런던올림픽에서 4위에 그친 아픔을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씻겠다는 각오다. 유럽에 비해 체격 조건은 열세지만 팀워크는 훨씬 탄탄하다. 임영철 감독은 스피드와 개인기를 두루 갖춘 유럽 강호들을 상대하기 위해 한국형 핸드볼을 발전시켰다. 수비 조직력을 앞세워 상대의 공격을 차단한 후 속공으로 골을 넣는 것이 핵심이다.김태현 기자
[아는 만큼 보인다 <5> 핸드볼] 8회 연속 4강 진출 ‘금자탑’
입력 2016-07-26 1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