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을새김-오종석] ‘검찰공화국’ 비극 끝내자

입력 2016-07-25 18:46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는 한때 대한민국 최고의 검사였다. 최근 법조비리로 영어의 몸이 된 홍 변호사는 이런 전관으로 변호사 개업 후 수백억원을 벌어들였다. 뇌물 혐의로 구속된 진경준 검사장은 잘나가던 검사 시절 공짜 주식으로 거액을 치부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수사기획관을 지낸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은 처가 덕에 수백억원대 자산가다. 검찰 인사 개입 등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것으로 알려진 그는 아직도 사정 당국 컨트롤타워로서 살아 있는 권력이다. 넥슨과 처가의 수상한 부동산 거래 관여 등 각종 의혹에 휩싸여 있지만 여전히 버티고 있다.

홍만표 진경준 우병우 사건의 핵심은 대한민국이 검찰공화국이라는 사실이다. 검찰이었기 때문에 치부가 가능했고, 가혹한 수사를 피할 수 있었으며, 버틸 수 있었던 것이다. 경제 위축에 하루하루 생존을 위해 땀 흘리는 일반 국민은 이런 검찰의 민낯에 허탈하다. 특히 땅 짚고 헤엄치는 그들만의 리그가 있었다는 사실에는 억장이 무너진다.

우리 검찰은 경찰 수사 지휘는 물론 직접 수사권, 독점적 기소권과 영장청구권 등 전 세계 최고 수준의 권력을 갖고 있다. 막강한 권력으로 검찰에 의한, 검찰을 위한, 검찰의 법 집행을 견제 없이 되풀이했다. 그러면서도 책임은 없었다. 특히 검찰 수사가 그들 자신과 친인척을 향할 때는 너무 관대했고, 일반 국민이나 기업에는 지나치게 가혹했다.

보통 서민들은 큰 잘못을 하지 않아도 검찰에서 부르면 일단 심장부터 떨린다. 줄 닿는 검찰 수사관의 8촌이라도, 어디 끈을 댈 수 있는 곳이 없는지 찾아다니며 안절부절못한다. 자영업자나 중소기업은 검찰 수사를 받으면 당장 부도가 나는 등 치명적인 손실을 입는다. 엄청난 법률 자문을 받고 있는 대기업도 정상적인 영업이 올스톱될 정도로 영향을 받는다. 국가경제에도 엄청난 부작용을 초래한다. 검찰 내 조직 이기주의나 청와대 등 특정 권력의 잘못된 의도가 반영되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한다.

검찰이 지난해 7월부터 무려 10개월간 저인망식 수사를 벌인 KT&G는 전현직 사장이 타깃이 됐다. 하지만 구속기소된 전직 사장은 무죄로 풀려났고 현직 사장은 구속영장이 기각돼 불구속기소 하는 데 그쳤다. 회사는 그동안 벌집을 쑤신 듯 수사에 끌려다니면서 제대로 영업조차 할 수 없었다. 검찰이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을 겨냥해 지난 1월부터 6개월간 무차별 수사를 벌인 ‘농협 불법 선거운동’ 사건도 김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포기하면서 사실상 마무리됐다. 지난해에도 검찰은 농협은행 본사를 압수수색하는 등 5개월에 걸쳐 전방위 수사를 펼치며 최원병 전 회장 비리 수사를 벌였지만 결국 허사로 끝났다. 최근 1년 정도 검찰의 집중 수사를 받은 농협 구성원들은 조직이 완전히 피폐해졌다고 하소연한다. 앞서 포스코도 1년 가까이 수사가 진행됐지만 성과는 거의 없이 기업 활동만 크게 위축됐다. 기업 수사는 비리가 드러난 부분만 신속하게 ‘핀포인트’ 수사를 해야 함에도 무리한 수사로 수백, 수천억원의 손실만 초래했지만 책임지는 사람은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오는 9월 김영란법까지 시행되면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인지수사 범위가 확대되면서 검찰의 수사권은 더욱 남용될 가능성이 높다.

검찰 수사는 개인이나 기업의 부패를 척결함으로써 사회 정의를 실현하고 정상적인 경제활동이 활성화되도록 하는 등에 목적이 있다. 하지만 지금 우리 검찰은 ‘방만한 칼춤’ ‘내 식구 챙기기’ ‘권력바라기’ 등으로 부패하고 불공정한 만큼 반드시 견제가 이뤄져야 한다.

당장 수사에 책임이 뒤따르는 혁신적 검찰 개혁부터 대대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검찰 권력을 견제하는 상설특별검사제도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등 신설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오종석 편집국 부국장 js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