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염성덕] 조선학과의 浮沈

입력 2016-07-25 17:35

대학의 특정 학과는 관련 업계의 시장 상황과 부침(浮沈)을 같이한다. 경기가 불황·회복·호황·후퇴기에 따라 학과의 운명이 좌우된다. 조선 업황에 큰 영향을 받는 ‘조선학과’가 대표적이다. 대학별로 조선해양공학과, 해양공학과, 조선해양시스템공학과, 기관시스템공학부, 선박전자기계공학부 등 다양하게 불리지만 조선학과로 통칭할 수 있다.

조선학과는 한때 가장 잘나가는 분야였다. 호황기인 2008년에는 관련 학과들이 신설됐다. 우수 인재가 조선학과로 몰려들었고, 졸업생이 대거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에 입사했다. 빅3인 이들 회사에 들어간 사회 초년병들은 ‘바다로, 세계로’를 향한 꿈에 부풀었다. 신입사원들의 꿈은 결코 허황된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올 들어 상황이 급변했다. 경기침체 장기화와 유가 급락으로 조선·해운업이 직격탄을 맞은 탓이다. 물동량이 크게 줄자 선박 발주량이 대폭 감소했다. 수주 잔량이 급감한 조선업체들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대대적인 인원 감축과 신입사원 채용 규모를 줄인 것이다.

과장급 이상 간부를 대상으로 하던 희망퇴직이 대리급 이하로 확산됐다. 현대중공업은 27일까지 사무직과 생산직 대리급 이하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한다. 최대 40개월치 임금과 자녀 학자금을 퇴직 위로금으로 지급한다. 조선 업황이 심각한 것을 감안한 선제적 조치다.

조선업계의 불황과 맞물려 조선학과가 위기를 맞았다. 조선업계의 취업문이 좁아지자 다른 분야로 눈길을 돌리고 해외 인턴까지 준비하는 학생이 늘고 있다. 내년 신입생을 받지 않는 대학도 생겼다. 전국 40여개 대학의 조선학과가 구조조정에 나설 가능성도 커졌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바닷길은 막힌 적이 없다. 과학기술이 발전하고, 육로와 하늘길이 확장된다고 해도 바닷길의 중요성은 줄어들지 않는다. 조선 경기가 반등할 때를 대비해 필요한 인력은 양성할 필요가 있다.

염성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