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이슈] 힐러리 “부자들 세금 더 올려!” 트럼프 “전계층 세율 더 내려!”

입력 2016-07-25 17:47 수정 2016-07-25 21:38



미국 대통령선거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와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공약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19일(현지시간)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로 공식 선출됐고, 클린턴은 25일부터 필라델피아에서 열리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공식 후보에 오른다. 클린턴의 경제 정책 공약은 오바마 정부의 '중산층 살리기' 경제 정책의 기조를 따르면서도 소규모 개혁을 추진하는 게 골자다. 트럼프는 그의 정책 구호처럼 '미국 우선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세금·무역 정책 등에서 전면적인 변화를 내걸었다.

증세 VS 감세

경제 공약에서 클린턴과 트럼프의 차이가 가장 큰 부분은 조세 분야다.

클린턴은 중산층과 서민층의 복지 확대를 위해 소득 상위 계층에 과세를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상위 1%를 겨냥해 이른바 ‘부유세’를 신설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클린턴은 올 초 연소득 500만 달러(약 57억원) 이상 고소득자에게 4%의 추가 세금(surcharge)을 부과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미국은 현재 과세소득이 40만 달러(약 4억5500만원) 이상이면 일률적으로 39.6% 세율로 소득세를 납부하고 있다. 또 세액공제 규모를 36%에서 28%로 줄이고, 부동산세 최고 세율을 현재 40%에서 45%로 올리는 등의 방안도 있다. 세금 감면을 위해 본사를 해외로 이전하는 기업들에는 이른바 ‘탈출세’를 신설한다는 계획도 있다.

트럼프는 정반대다. 각종 세금을 간소화하고 축소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7단계로 나뉘어 있는 과세 구간을 4단계로 줄이고 모든 구간에서 세율을 낮춘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연소득 5만 달러 이하 가정의 소득세율을 0%로 만들어 미국인 7500만명이 소득세 부담에서 벗어나게 하겠다고 약속한 부분이 하이라이트다.

현재 최고 35%인 법인세는 15%로 낮추고 상속세도 폐지하겠다는 과감한 공약을 들고 나왔다. 대신 해외 다국적기업이 미국으로 다시 돌아오도록 유도하기 위해 기업들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소득에 대한 조세유예 제도는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발표한 ‘미 대선 후보 경제정책 비교’ 보고서에서 클린턴의 공약이 실현되면 향후 10년간 증세로 미 정부의 세수가 5000억∼1조1000억 달러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트럼프의 공약대로라면 같은 기간 9조5000억∼12조 달러 줄 것으로 분석했다. 보고서는 “세수가 큰 차이를 나타내는 것과 달리 중장기 경제 영향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고 전했다. 세수 증가·감소 효과와 투자 침체·활성화 효과가 서로 상쇄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자유무역 VS 보호무역

클린턴과 트럼프는 모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반대하며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은 일부 재협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클린턴은 국무장관 재직 시절 TPP를 적극 지지했지만 경선 과정에서 ‘현 상태의 TPP에 반대한다’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한·미 FTA 등 기존의 국제 간 협정은 존중하는 입장이다.

클린턴과 달리 트럼프는 미국 산업을 지키기 위해 보호무역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중국·일본·멕시코와의 무역에 부정적이다. 트럼프는 중국의 대미 무역 흑자를 ‘미국에 대한 강간’으로 비유하며 중국 수입품에 대해 최고 45%의 ‘폭탄 관세’를 물리겠다는 공약을 내걸어 중국의 원성을 샀다. 트럼프는 한국과의 무역 흑자에도 불만이 많다. 지난주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한·미 FTA를 “미국 중산층을 파괴하는 협정”이라고 지목하며 모든 FTA를 재협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의 공약이 현실화될 경우 대규모 무역 분쟁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국제금융센터는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확대 공약에 대해 “수입물가 상승으로 (미국) 가계의 실질 소득이 줄고 상대국에서 높은 관세로 대응할 경우 수출도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국 최대 은행 바클레이스는 보호무역이 현실화되면 글로벌 경기 침체를 피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오바마케어 확대 VS 폐지

두 후보의 복지 정책에 대한 입장 차는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에 대한 견해에서 확실히 구분된다. 클린턴은 이 제도를 높이 평가하면서 계승하겠다고 약속한 반면 트럼프는 당선되면 오바마케어를 폐지하겠다고 했다. 대신 트럼프는 개인이 보험료 외에 실비로 지출해야 하는 비용을 보건저축계좌(HSA)를 통해 낼 수 있도록 허용하고 이에 대한 세금도 면제해준다는 방안을 공약으로 발표했다.

세종=윤성민 기자 wood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