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을 맞아 어린이 공연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런데, 요즘 나오는 작품은 단순한 스토리에 TV 애니메이션 속 인기 캐릭터에 의존한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다보니 스토리가 빈약하고 음악이 부실해서 실망스러운 경우가 적지 않다. 캐릭터에 의존한 공연 대신 동화를 소재로 하거나 음악을 활용해 완성도를 높인 공연들을 아이들에게 보여주면 어떨까.
명작동화를 원작으로 한 대작
‘정글북’ ‘피터팬’ ‘보물섬’은 어린 시절 읽던 세계명작전집에서 빠지지 않는 작품이다. 어른이 되어서도 잊혀지지 않을 만큼 내용도 재밌다.
‘정글북’은 늑대에게 길러진 인간 소년 모글리와 동물들이 펼치는 흥미로운 정글세계를 그렸고, ‘피터팬’은 영원히 어른이 되지 않는 아이들의 나라 네버랜드에서 피터팬과 후크 선장의 대결을 담았다. ‘보물섬’은 해적들이 숨겨놓은 보물을 찾아나선 소년 짐의 모험 이야기다. 세 명작동화가 올여름 뮤지컬과 연극으로 선보인다.
‘난타’로 유명한 송승환은 신작 뮤지컬 ‘정글북’(∼8월 28일까지 유니버설아트센터)을 내놓았다. 입체영상으로 표현된 정글 등 어린이 뮤지컬로는 보기 드문 대작이다. 매년 무대에 오르는 뮤지컬 ‘피터팬’(∼8월 1일까지 KBS아레나홀, 8월 4∼7일 충무아트홀 대극장)은 올해 라스베이거스 ZFX사와 플라잉 기술을 한층 업그레이드 시켜 찾아왔다. 연극 ‘보물섬’(26일∼8월 28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은 매년 여름 어린이청소년용 작품을 제작해온 예술의전당이 올해 어른까지 즐길 수 있는 ‘키덜트 연극’으로 선보인다.
감성만점의 음악극
드라마에 음악이 곁들여지면 훨씬 감동적이 된다. 동요로 만든 ‘구름빵’은 물론이고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국악과 오페라를 곁들인 ‘만만파파 용피리’ ‘모차르트와 모짜렐라의 마술피리 이야기’는 따뜻한 감성으로 가득차 있다.
동요콘서트 ‘구름빵’(∼8월 31일까지 대학로 예술극장 나무와 물)은 동명의 베스트셀러 동화를 원작으로 했다. 다만 이 작품에서는 주인공인 홍비 외에 친구 울리 등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한다. 아이들 귀에 쏙쏙 들어오는 의성어와 의태어를 이용해 구름빵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재밌게 보여준다. 유아음악 전문가 김성균의 동요가 퍼레이드로 나온다.
지난 5월 초연 당시 호평받아 3개월 만에 재공연되는 국악극 ‘만만파파 용피리’(8월 10∼13일 국립국악원 예악당)는 한국 고유악기인 대금의 탄생 설화를 다뤘다. 신라와 백제의 두 음악가가 함께 고난을 이겨내고 대금 ‘만파식적’을 찾아가는 여정을 담았다.
세종문화회관은 지난해 인기를 끌었던 어린이를 위한 클래식 음악동화 ‘모차르트와 모짜렐라의 마술피리 이야기’(8월 16∼21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를 앙코르 공연한다. 모차르트의 친숙한 오페라 ‘마술피리’에 동화적 상상력을 더했다.
완성도 높은 스테디셀러
어린이 공연 가운데 알찬 스토리와 개성적인 소품의 활용으로 오랜 시간 사랑받고 있는 작품이 있다. 뮤지컬 ‘우리는 친구다’ ‘목수장이 엘리’ ‘종이아빠’는 엄마들 사이에선 이미 유명한 작품이다.
‘우리는 친구다’(∼8월 28일 대학로 학전블루소극장)는 극단 학전 어린이 무대 시리즈의 대표작으로 독일의 청소년 극단인 그립스 극단의 ‘막스와 밀리’를 번안했다. 부모의 이혼으로 위축된 남매가 엄마와 함께 이사한 동네에서 새 친구를 사귀는 과정을 그렸다. 2004년 초연 당시 큰 호평을 받은 이후 12년째 공연되고 있다.
‘목수장이 엘리’(∼8월 28일까지 코엑스 아트홀)는 오랫동안 사랑받았던 스테디셀러 뮤지컬 ‘넌 특별하단다’를 올해 인형극으로 새롭게 만든 작품이다. 못생긴 나무 인형 포포가 모험을 통해 자신이 왜 특별한 존재인지 자존감을 깨달아가는 이야기다.
‘종이아빠’(∼8월 28일까지 대학로 샘터파랑새극장)는 동명의 스테디셀러 동화가 원작이다. 항상 아빠와의 놀이시간을 고대하는 아이들의 심리를 독특한 상상력에서 출발한 작품으로 아빠가 갑자기 종이가 되어버린 후 일어난 이야기를 담았다. 종이로 만든 소품들, 그림자극을 활용한 무대장치가 극적인 효과를 낸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얘들아, 공연 보며 무더위 식히자
입력 2016-07-25 18: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