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윤병세 외교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최근 한국의 행위는 양측 신뢰에 큰 손상을 입혔다”고 말했다. 미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를 정면으로 비난한 것이다.
한·미 양국의 한반도 사드 배치 이후 한·중 외교장관이 공식 회담을 가진 건 이번이 처음으로, 중국 외교수장이 이처럼 직접적 발언을 통해 우리 외교부장관에게 사드 배치 결정을 강력 성토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지금까지 중국은 외교부 대변인 성명 등을 통해 사드 배치를 비판해왔다.
왕 외교부장은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앞서 24일(현지시간)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윤 장관에게 이같이 밝히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왕 부장의 발언은 격렬했다.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해 우리 측 해명을 요구하는 듯 했다. 그는 “우리는 동료이므로 미리 의사소통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특히 우리(한·중) 관계를 수호하기 위해 어떤 실질적인 행동을 취할 것인지 들어보려고 한다”고까지 했다.
이에 윤 장관은 “한·중 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긴밀히 유지돼 왔다”며 “긴밀한 관계가 유지돼 왔던 건 양국 신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고 답했다. 윤 장관은 그러면서 “양국 관계가 긴밀해질수록 여러 가지 도전이 있을 수 있다”면서 “이런 도전을 극복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중국이 이처럼 사드 배치에 대해 강한 반발하는 모습을 보인 반면 북·중 관계는 화색을 띠는 모양새다. 지난 5월 말 이수용 노동당 국제담당 부위원장 방중 후 회복 기조로 돌아선 상황이다. 여기에 사드 변수까지 추가되면서 중국이 한·미·일 공조에 대응하고자 ‘북한 끌어안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북한은 사드 배치 결정을 강행한 한·미를 강도 높게 비난하는 동시에 중국과 더욱 밀착하는 행보를 보이며 외교적 고립을 타개하겠다는 전략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번 회의에 이용호 신임 외무상을 단장으로 하는 대표단을 파견했다. 이 외무상과 왕 부장은 같은 비행기를 타고 오며 서로 안부를 묻는 등 벌써부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북핵 불용’이라는 입장에 따라 대북 압박 공조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었지만 난관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북한의 전통적 우방 라오스가 올해 아세안 의장국이란 점도 걸림돌이다. 게다가 아세안 국가들 입장에서 ‘발등에 떨어진 불’은 남중국해 분쟁이다. 참가국을 상대로 미·중이 ‘세몰이’를 하는 가운데 한반도 문제는 집중도가 떨어질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비엔티안=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이슈분석] 왕이 “사드, 한·중 신뢰에 큰 손상”
입력 2016-07-25 0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