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비행기 탄 北·中… 양자회담 질문에 ‘끄덕’

입력 2016-07-25 04:19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등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관련 외교장관회의가 24일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에서 개막한 가운데 회의에 참석한 각국 장관들이 개막식에서 손을 맞잡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AP뉴시스

북·중 관계 회복의 ‘전조(前兆)’일까.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관련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하는 이용호 북한 외무상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24일 한 비행기에 올라 베이징을 출발해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으로 향했다. 이들을 태운 중국 동방항공 여객기는 오후 2시40분쯤(이하 현지시간) 왓타이 국제공항 활주로에 착륙했다.

왕 부장이 먼저 모습을 드러냈다. 류전민(劉振民) 외교부 부부장 등 중국 측 수행원과 라오스 정부 측 인사들이 그를 맞았다. 왕 부장은 ‘이 외무상을 만났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같은 비행기를 타고 왔다. 서로 안부를 주고받았다”고 했다. ‘북한과 양자회담을 하느냐’는 질문엔 “우리가 알릴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라. 그때 모두에게 알리겠다”고 했다.

왕 부장이 공항 내 귀빈 전용 입국장으로 이동하자 이 외무상이 뒤따라 트랩을 내려왔다. 그로선 외무상에 오른 뒤 처음 참석하는 다자외교 행사다. 국내외 취재진이 이 외무상 주변에 몰려들어 질문을 쏟아냈으나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그는 공항 밖으로 나설 즈음 ‘중국 측과 만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북·중은 숙소도 같다. 우리 측 대표단 숙소와 1.5㎞쯤 떨어진 호텔이다. 이 외무상은 도착 후 라오스 대통령궁과 주라오스 북한대사관에 들렀다 숙소로 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그는 라오스 총리공관에서 만찬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아세안 의장국이자 북한의 주요 우방인 라오스와의 관계를 과시한 셈이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이보다 두 시간 전인 오후 1시쯤 비엔티안 공항에 내렸다. 행사 첫날 윤 장관은 베트남 외교장관과 환담을 하고 곧이어 한·메콩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했다. 메콩강 유역 5개국(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태국 베트남)과의 회담이다. 이어 미얀마, 라오스 측과 잇달아 양자회담을 가졌다. 미얀마의 외교장관은 ‘민주화 영웅’ 아웅산 수치 여사로, 윤 장관이 그를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어 윤 장관은 밤늦은 시각 왕이 외교부장과 만나 한·중 외교장관회담을 가졌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한반도 배치 결정 이후 한·중 고위급 회담이 이뤄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윤 장관은 회담 전 취재진과 만나 “북한의 핵·미사일과 관련해 상호 관심사를 심도 있게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장관은 둘째 날인 25일 한·아세안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하며 별도로 브루나이 싱가포르 필리핀 뉴질랜드 호주 등 국가들과 환담한다. 윤 장관은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과 각각 양자회담을 열 것으로 전해졌다.

셋째 날인 26일엔 아세안+3(한·중·일) 외교장관회의와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외교장관회의에 이어 최대 하이라이트가 될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한다. 우리 측이 ‘북핵 불용’을 강조하는 가운데 북한은 ‘핵보유국’ 주장으로 맞서는 등 남북 간 치열한 외교전이 예상된다.

비엔티안=조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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