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곤경에 처해 도움받기를 원할 때 의존할 가족이나 친구가 있습니까?”
이 질문에 우리나라 사람 10명 중 7명만 고개를 끄덕였다. 긍정적으로 답한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최하위 수준이었다. 왜 우리는 가족과 친구를 믿지 못하는 사회가 됐을까.
전문가들은 자식과 부모세대 혹은 친구와도 일자리를 놓고 경쟁해야 하는 ‘팍팍한 현실’에 주목한다. 신뢰가 끊어지는 현상은 장기적으로 개인의 사회 부적응, 세대갈등 심화로 이어진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15 OECD 사회통합지표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를 내고 한국이 ‘사회적 관계(사회적 지원 네트워크)’ 부문에서 0.2점(10점 만점)에 그쳤다고 24일 밝혔다. 사회적 관계는 사회 구성원들의 상호 지지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다. OECD의 사회통합지표는 사회적 관계를 포함해 11개 영역별로 0∼10점을 부여해 각 국가를 비교한다.
사회적 관계는 ‘도움이 필요할 때 기댈 가족, 친구가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수치화했다. 한국인의 72.4%가 “그렇다”고 답했다. 나머지 27.6%는 ‘고립 상태’인 셈이다.
한국인의 긍정적 답변 비율은 조사 대상 36개국(34개 OECD 회원국과 브라질, 러시아) 중 가장 낮았다. 전체 평균(88.0%)에도 못 미쳤다. 스위스(95.8%) 덴마크(95.0%) 독일(93.6%) 미국(90.0%) 일본(88.5%) 등은 평균을 넘어섰다. 정치적으로 불안한 터키(86.1%)는 물론 칠레(85.0%) 멕시코(76.7%)도 한국보다 높았다.
젊은층과 중고령층 사이 격차도 심각했다. 15∼29세의 긍정적 답변 비율은 93.26%로 평균(93.16%)보다 높았다. 반면 50세 이상 답변율은 60.91%(평균 87.20%)로 조사 대상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두 연령대의 격차는 조사 대상 국가 가운데 가장 컸다. 나이가 들면서 사회적 관계가 끊어지는 경향이 더 두드러짐을 보여준 것이다.
보고서는 “한국은 OECD 사회통합지표 전체 평균에서 5.0점을 얻어 OECD 평균(6.0)보다 약간 낮은 ‘중간 수준’이지만 ‘사회적 관계’ 지표가 극히 낮다. 세대갈등이 일어나는 등 사회통합이 저해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2000명 대상 조사에서 50.1%가 한국의 세대갈등이 ‘심하다’고 답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중앙대 사회학과 이병훈 교수는 “우리 사회가 ‘사막’이 되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이 교수는 “예전만 해도 문제가 생기면 형제·부모와 논의하는 게 일반적이었는데, 지금은 그런 일이 많지 않다”면서 “각자 생활이 각박하고 메말라있다 보니 생존 문제가 최우선이 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교수는 “생존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청년이나 노후 세대의 기본소득을 보장하고 일자리, 주거, 교육 등 전반에 대한 복지 확대를 통해 걱정을 줄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민태원 심희정 기자
twmin@kmib.co.kr
어려움에 처했을 때 의존할 가족·친구가 있습니까? 10명 중 3명 “없다” 고립돼가는 한국인
입력 2016-07-25 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