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에 이어 울산에서도 원인을 알 수 없는 가스 냄새가 발생해 주민들의 신고가 잇따르는 등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 5일 울산 해역에서 규모 5.0의 강진이 발생한 것과 맞물려 원자력발전소와 석유화학단지 등이 밀집한 부산과 울산 지역에는 ‘가스 누출=대지진의 전조(前兆)’라는 괴담마저 나돌고 있다. 부산·울산시와 소방당국 등이 조사에 나섰지만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확산되는 괴담, 주민들은 불안하다
24일 울산시소방본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2시22분부터 오후 3시37분까지 1시간여 동안 “화학가스 냄새가 난다” “악취로 머리가 아프다”는 등 신고가 울산에서 모두 22건이 접수됐다.
신고 지역은 울산 남구 석유화학공업단지 반경 최대 5㎞ 내 비교적 가까운 위치에 있는 신정, 야음, 선암동 등에 집중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21일 오후에는 부산 남구지역에서 가스 냄새 신고가 160여건이 접수됐다.
부산 지역 네티즌들의 불안은 극에 달했다. 인터넷에는 지진 전조로 바닷속 유황가스가 분출했다는 주장이 호응을 얻었다. 부산 인근 해역을 지나가는 대형 선박이나 도시가스 시설 등에서 유출됐을 거라는 식의 의견도 쏟아졌다. 온라인 ID ‘친절한시민’은 한 커뮤니티에 ‘부산에는 대형 도시가스 시설이 몇 군데 있는데 그 지역에서 가스가 새어나왔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주장했다. 울산에 산다는 한 네티즌은 집안 가스누출 경보기가 난데없이 울렸다며 증거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미군이 탄저균실험을 했다거나 북한이 땅굴을 파다 가스관을 건드렸다는 황당무계한 괴담도 이어졌다. 하지만 이 같은 괴담은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그럼에도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자 네티즌들은 좀처럼 관심을 돌리지 못했다. 22일 새벽까지 ‘부산가스’는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에 오르내렸다.
원전·석유화학단지 시설 안전한가
원인 불명의 가스 냄새가 대지진의 전조라는 주장과 함께 고리원전의 이상 징후가 아니냐는 의심도 나왔다. 이에 대해 부산시는 공식 페이스북에 지진 전조현상은 과학적 근거가 없으며 고리원전에는 이상 징후가 없다고 밝혔다.
부산은 국내 최대 원전 밀집지역이다. 또 울산국가산업단지는 석유화학, 조선, 자동차 등 중화학 업체 1100여곳이 모여 있고 가스탱크와 화학물질이 가득 찬 파이프라인이 많다. 특히 울산 석유화학단지 땅속에는 50년 전부터 가스관 425㎞, 화학물질관 568㎞, 송유관 143㎞ 등 모두 1136㎞의 각종 지하배관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하지만 매설 정보가 부족하고 배관들도 낡아 파손 위험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실제 지난 1일 온산공단 주변 도로 지하 굴착공사 중에 배관이 파손돼 6만여㎥의 질소가스가 누출되는 사례도 발생했다. 울주군, 기장군과 경주 등 울산 일대에는 총 10기의 원자력발전소가 가동 중이며, 건설 중인 원전까지 포함하면 14기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울산 일대의 주요 산업단지와 에너지플랜트가 재난 피해를 입을 경우 발생할 2차, 3차, 4차의 막대한 사회적·경제적 피해 규모를 고려할 때 가능성이 낮은 대지진에도 철저히 대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우왕좌왕, 미흡한 정부 대처
울산 소방당국은 24일 소방차 9대와 소방대원 26명을 신고 현장에 출동시켜 석유화학공단 등에서 가스누출 여부를 점검하고 가스농도 등을 측정했으나 별다른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
부산시도 관계기관 대책 회의를 열고 원인 규명에 나섰지만 아직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부산시는 가스 냄새 신고가 접수된 시점을 전후로 광안대교를 통과한 탱크로리 차량 4대에서 시료를 채취해 부산시보건환경연구원에서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산시는 해안에서 이동한 대형 선박도 염두에 뒀지만 부산해양경비안전서 조사결과 특이사항은 없었다고 통보받았다.
울산에 거주하고 있는 시민 김지환(37)씨는 “발생 3일째가 되도록 원인 파악조차 못하는 관계당국의 미흡한 대처가 ‘괴담’이 돼 주민들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경 대변인도 이날 서면브리핑에서 주민들을 불안에 떨게 하는 ‘괴담’에 대해 정부 당국의 철저한 원인 규명과 대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부산 울산=이영재 조원일 기자
김상기 기자 yj3119@kmib.co.kr
해운대 이어 울산서도 ‘가스 냄새 미스터리’
입력 2016-07-25 0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