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흉측한 테러 뉴스가 너무 잦다. 게다가 우리 모두 있을 수 있는 익숙한 장소에서 테러가 발생한다. ‘도대체 어디가 안전한 곳인가’라고 모두 우려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독일 남부 바이에른주 뮌헨에서 총기 난사사건이 발생한 이튿날인 23일(현지시간)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기자회견을 하다 넋두리처럼 토로한 말이다.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 테러가 일상화된 지구촌 현실을 단적으로 표현한다.
AP통신에 따르면 뮌헨 시내 올림피아쇼핑센터에서 22일 오후 5시50분쯤 이란계 독일인이 총기를 난사해 18세 미만 5명을 포함해 9명이 숨지고 27명이 부상했다. 부상자 중 10명은 중상이다. 범인인 18세 알리 다비트 존볼리는 자살했다. 숨진 그의 몸에서는 9㎜ 권총과 300발의 총알이 발견됐다. 존볼리가 페이스북에 올린 가짜 이벤트를 보고 사람들을 범행 현장인 쇼핑센터 내 맥도날드 매장 앞에 모인 것으로 전해져 충격을 더했다.
수사 당국은 이번 테러가 이슬람국가(IS)를 비롯한 테러단체와는 무관한 개인적 동기에서 비롯된 사건이라고 발표했다.
존볼리의 부모는 1990년대 난민 자격으로 독일에 정착했다. 그는 우울증을 앓았고, 학교에서 7년간 왕따를 당했다. 집에서는 대량살상과 관련된 책이 여러 권 발견했다. 특히 2011년 노르웨이에서 발생한 극우 신나치주의자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비크가 일으킨 77명 사살 사건을 다룬 책도 나왔다. 7월 22일은 브레이비크가 5년 전 오슬로에서 학살극을 저지른 날이어서 존볼리가 브레이비크를 추종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테러는 이데올로기나 정치적 동기, 종교적 신념에 바탕을 둔 ‘전통적 테러’가 아니라는 점에서 혼란을 더한다. 기존에 수사 당국은 국제 테러단체나 극단주의에 빠진 자생적 테러리스트인 ‘외로운 늑대’만 대비했다. 불특정 다수를 겨냥해 테러를 일으키는 잠재적 개인 테러리스트에 대해선 전혀 무방비 상태에 놓여 있다. 하지만 지난 18일 발생한 ‘열차 도끼 테러’, 14일 프랑스 ‘트럭 테러’, 지난달 12일 미국 올랜도 클럽 테러는 모두 개인적 동기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1인 테러다. 테러범이 개인적 불만을 잘 알려진 테러단체의 극단주의적 주장과 연결시키면서 ‘개인적 테러’인지 ‘극단주의 테러’인지의 경계도 점점 모호해지고 있다.
라파엘로 판투치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 국제안보연구국장은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기고한 글에서 “성적 정체성 혼란, 종교적 혼란, 분노조절 실패, 가정 내 불화에 의한 개인 테러가 점점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이런 개인의 불만 표출방식이 점점 더 전통적 테러리스트의 대규모 살상 테러 방식을 따라가는 게 가장 큰 위협”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존볼리가 브레이비크를 모방했듯 개인 테러범이 또 다른 개인 테러범의 범죄를 모방하는 ‘카피캣(copycat) 테러’도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뮌헨 테러는 개인적 동기”… ‘대규모 살상’ 모방 추세
입력 2016-07-25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