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베니도스 아 토도스(Bienvenidos a todos·여러분 모두 환영합니다). 우리는 모두 같은 미국 사람입니다.”
미국 민주당의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팀 케인(58) 상원의원이 23일(현지시간) 미국 마이애미 플로리다국제대학에서 유창한 스페인어로 연설을 했다. 히스패닉이 대부분인 청중 5000여명은 환호했다. 미국에서는 정치인이 대중연설을 할 때 스페인어나 외국어를 쓰는 건 금기시됐지만 케인은 영어와 스페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점점 늘어나는 히스패닉 유권자를 의식한 제스처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가 케인을 러닝메이트로 발표한 뒤 플로리다에서 첫 공동유세를 가졌다. 플로리다는 스윙스테이트(swing state·표심이 고정되지 않은 주) 중 선거인단(29명)이 가장 많아 치열한 접전이 예상되는 곳이다. 미국에서 히스패닉 유권자가 가장 많은 주이기도 하다. 클린턴·케인 커플의 유세장인 플로리다국제대학은 12개 캠퍼스에 등록된 학생만 5만4000여명인데 이 중 63%가 히스패닉이다.
케인은 연설에서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지껄이는 대통령을 원하는가, 다리를 건설하는 대통령을 바라는가”라며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는 장애인과 멕시코 출신 및 히스패닉을 비하하고 있다”고 공격했다.
케인은 2008년 버락 오바마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의 러닝메이트로 거론된 적이 있다. 오바마는 클린턴이 케인을 지명하자 “그는 교사와 철강노동자의 아들이다. 그의 정신에는 늘 노동자 가정이 존재한다”며 환영했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는 케인이 버지니아 부지사·주지사로 재임한 8년 동안 선물을 21만 달러어치나 받았다고 보도했다. 트럼프는 곧바로 “부패한 케인”이라고 비난했다.
케인은 이념적으로는 대형은행 규제를 완화하고 낙태제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지지하는 중도성향이다. 그래서 진보진영에서는 불만이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지지자를 끌어들이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때맞춰 악재도 터졌다. 폭로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는 22일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핵심인사 7명이 지난해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주고받은 이메일 1만9252건을 공개했다. 이중에는 DNC 홍보담당 루이스 미란다가 클린턴과 맞붙은 샌더스를 ‘무신론자’ ‘유대인’ 등으로 공격할지를 논의하는 메일도 있다. 중도성향 케인이 부통령 후보로 나선 것에 불만을 품은 샌더스 지지자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다.
당에서는 훌리안 카스트로 주택부장관도 실망감을 표시했다. 히스패닉으로 막판까지 러닝메이트에 거론된 카스트로는 “실망했다”고 워싱턴포스트에 털어놓았다. 그러나 그는 “클린턴이 히스패닉의 압도적 지지를 받을 것”이라며 “언젠가 히스패닉 대통령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25일 필라델피아에서 시작되는 민주당 전당대회에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조 바이든 부통령,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등 민주당 지도부가 총출동한다. 경선에서 패배한 샌더스도 지지연설에 나선다. 특히 첫날인 25일에는 오바마의 부인 미셸 여사가 지지연설을 하면서 트럼프의 부인 멜라니아의 표절논란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클린턴은 마지막날인 28일 대선후보 수락연설을 한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케인 “우리는 같은 미국 사람”… 히스패닉계에 러브콜
입력 2016-07-25 0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