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지 말고 하나 된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더 건강하고 아름다운 공동체로 거듭나 이 위기를 이겨냅시다. 하나님이 살아계심을 우리사회에 보여줄 때입니다.”
24일 오전 10시30분 강원도 춘천 강원대 백령문화회관에 말끔하게 차려입은 사람들이 성경책을 가슴에 품고 속속 모여들었다. 지난 18일 화재로 하루아침에 성전을 잃은 춘천중앙교회(권오서 목사) 성도들이었다. 11시에 시작된 예배는 잿더미가 된 성전을 대신해 회관 강당에서 열린 첫 주일예배였다. 교인들은 성전을 잃은 아픔을 나누면서 교회 재건에 나서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다졌다.
눈물의 예배…“한마음으로 일어설 것”
예배가 시작되자 강당은 눈물바다가 되었다. 권오서(68) 목사가 ‘다시 일어설 것입니다’라는 제목의 설교를 시작하면서였다. 권 목사는 “갑자기 당한 일이라 나 역시 많이 놀랐다. 오늘 새벽에도 많이 울었다”고 전했다. “성도들이 나더러 힘내라고 하는데, 교인들 앞에서는 울 수가 없다”고도 했다.
하지만 권 목사는 설교를 하는 도중 감정이 복받치는지 자주 울먹였다. 설교를 듣던 여성 상당수는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쳤고, 남성 중에도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았다.
1898년 세워진 춘천중앙교회는 기독교대한감리회 동부연회를 대표하는 곳이다. 교회는 그동안 강원 지역 복음화에 앞장섰다. 화재가 난 성전은 1998년 건축을 시작해 2001년 완공된 건물이었다. 성도들은 IMF 외환위기가 들이닥친 시기에 십시일반 모은 헌금으로 성전을 지었다.
성전에 대한 교인들의 자부심은 대단했다. 하지만 갑작스런 화재는 이들의 자랑거리였던 성전을 한순간에 앗아갔다. 구리로 덮였던 천장은 폭삭 주저앉았고 의자는 뼈대만 남았다. 창문은 깨지거나 시커멓게 그을렸다. 재산 피해 규모는 30억원에 달한다. 화인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권 목사는 “외환위기 때 비가 오면 (건축 자재가) 젖을까, 바람이 불면 날아갈까 애태우며 눈물과 기도로 세운 성전이었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어 “어디를 가도 우리 교회같이 아름다운 교회가 없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는데, 한여름 밤의 꿈처럼 전소되고 말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권 목사는 “주일이 아닌 월요일에 화재가 난 것, 인명피해가 없었던 것, 이웃에게 피해를 주지 않은 점은 주님께 감사드린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그는 “이번 사태를 통해 주님께서 우리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달아야 한다”며 “겉모양이 멋진 교회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공동체를 이루고 세상의 죄악을 모두 태워버리는 거룩한 불이 되자”고 당부했다. 설교가 끝난 뒤 전 성도는 다함께 일어서서 ‘예수의 이름으로 나는 일어서리라’라는 찬양을 했다.
잿더미에서 찾는 희망
화마로 성전을 잃었지만 교인들 표정이 시종일관 어두운 것만은 아니었다. 신성주(87) 원로장로는 “하나님이 살아계시니까 이까짓 일은 아무것도 아니다”며 미소를 지었다. “앞으로 1년 정도 교회 마당에 텐트를 치고 예배를 드린다고 들었습니다. 성도들 신앙이 성장하는 기회가 될 겁니다.”
예배에서 기도자로 나선 홍정자(69·여) 장로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주님께서 새 소망을 주셔서 감사드리고 있다. 이제 목사님과 온 성도가 한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려 한다”고 말했다. 교인들은 교구별로 팀을 나눠 25일부터 교회 재건을 간구하는 릴레이 기도회도 개최한다.
참사 소식이 알려지면서 교회 재건을 돕기 위한 온정도 답지하고 있다. 주요 교단과 강원도기독교총연합회 등은 물론이고 그간 춘천중앙교회로부터 도움을 받은 미자립교회들도 성금을 보내왔다.
특히 영월흥월교회(정인석 목사)는 지난 1년간 차량 구입을 위해 모은 헌금 전액을 춘천중앙교회에 전달했다. 이 교회는 2013년 화재로 성전을 잃었지만 춘천중앙교회의 도움을 받아 재건에 성공했다. 정인석 목사는 “춘천중앙교회의 도움이 없었다면 교회 재건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우리가 받았던 은혜를 조금이나마 돌려주고자 헌금을 내놓았다”고 말했다.
춘천=글·사진 서승진 기자, 박지훈 기자 sjseo@kmib.co.kr
“세상 죄악 태워버릴 거룩한 불로 다시 일어서자”
입력 2016-07-24 2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