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경에 처했을 때 도움을 요청할 가족이나 친구가 있는가.” 이 질문에 한국인의 72.4%만 “있다”고 답했다. 27.6%는 어려울 때 의지할 사람, 즉 사회적 지원 네트워크를 갖지 못한 고립 상태였다. 지난해 조사된 이 수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꼴찌에 해당한다. 최상위권인 스위스와 덴마크는 95% 이상이 “있다”고 했고, 중남미의 칠레(85%)와 멕시코(76.7%)도 우리보다 높았다. 이런 설문조사 등을 토대로 각국 사람들이 형성하고 있는 사회적 관계의 수준을 점수화했더니 한국은 10점 만점에 고작 0.2점이었다.
OECD는 사회적 관계와 함께 주거환경, 건강상태, 일과 삶의 균형, 직업과 근로소득, 개인적 안전 등 11개 영역을 평가해 ‘사회통합지표’를 산출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전체적인 사회통합 수준은 평균(6점)에 못 미치는 5점짜리로 집계됐다. 사회통합지표는 구성원들이 얼마나 공동체의식을 갖고 있는지, 그런 의식을 가질 만한 환경이 조성돼 있는지 보여준다. 점수가 낮다는 건 사회의 질서와 제도에서 구조적으로 배제된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사회보장제도에서, 인간다움을 위한 소득에서, 안전한 환경에서 많은 사람이 소외돼 있고 그들을 보듬어줄 시스템은 부족한 실태를 이 지표는 말해주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해 사회통합지표를 분석한 결과 가장 충격적인 대목은 한국인의 사회적 관계였다. 중간 수준은 됐던 다른 영역에 비해 점수가 월등히 낮다. 의지할 대상을 갖지 못한 이가 10명 중 3명이나 되는 현실이 최대 요인으로 작용했다. 취약한 사회적 지원 네트워크는 일자리를 얻을 기회부터 건강수명과 고독사 같은 죽음에까지 개인의 삶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친다. 그렇게 의지할 곳 없는 사람에게 공동체의식을 기대하는 건 과욕이다. 이런 이들이 많은 공동체는 현안과 해결 방향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고 추진 동력을 얻기가 그만큼 어렵다. 누리과정부터 신공항까지 이슈마다 심각한 갈등이 증폭되는데 정부의 조정 기능은 사실상 마비된 근본 원인도 여기서 찾아야 할지 모른다. 갈수록 단절되는 관계, 온기를 잃어가는 사회, 그 결과 무너져가는 공동체에 한국사회의 가장 큰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OECD 회원국 중 사회통합 점수가 가장 높은 건 노르웨이(8점) 덴마크(7.9) 스웨덴(7.7) 등 북유럽 국가였다. 그들이 갖고 있는데 우리에겐 없는 것이 8점짜리 사회와 5점짜리 사회란 차이를 만들어냈다. 그게 무엇인지 찾아내야 한다. 촘촘한 사회안전망을 1순위에 꼽아야 할 테고, 이를 통해 강화된 타협과 배려의 공동체의식이 뒷받침돼 있을 것이다. 한국사회는 수십년간 경제 성장을 위해 매우 빠른 속도로 달려왔다. 이제 어디로 가야 하는지 방향을 다시 점검하고 고민해야 할 때다.
[사설] 어려울 때 의지할 가족·친구 없는 한국인
입력 2016-07-24 18: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