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금리 시대, 은행 수익 공식 깨진다

입력 2016-07-25 04:04

글로벌 불확실성이 장기화하면서 은행 수익구조에도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1%대 초저금리 시대에 접어들었지만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부동자금이 은행에 몰리면서 은행들의 순이자마진(NIM) 방어 부담이 한결 줄었기 때문이다. 경기침체로 부실기업이 늘어나면서 은행들은 대기업 관련 부실을 줄이는 데도 안간힘을 쏟고 있다.

24일 각 은행에 따르면 신한·KB국민·KEB하나·우리은행 등 4대 은행은 올해 상반기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달성했다. 신한은행은 전년 동기보다 29.9% 늘어난 1조26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고, KB국민은행(7432억원)과 KEB하나은행(7990억원), 우리은행(7503억원)도 각각 7000억원대 실적을 달성했다. 이는 당초 기준금리가 연 1.25%까지 떨어지면 이자수익이 감소해 은행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라던 전망에 비춰보면 이례적인 결과라는 평이다.

초저금리 시대에도 은행 수익이 늘어나는 것은 이자 부담이 거의 없는 요구불예금 등의 ‘저원가성 예금’이 대폭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은행에 돈을 일단 맡겨두자는 심리가 강해지면 은행 입장에서는 조달비용을 거의 내지 않고 재원을 마련해 대출을 늘릴 수 있는 조건이 갖춰진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올 상반기 요구불예금이 97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말(92조원)보다 5조원 이상 늘었다.

한국투자증권은 기준금리가 0.25% 포인트 하락하면 은행의 연간 NIM은 0.03% 포인트 하락한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2분기 실적을 보면 은행들의 NIM은 기존과 다른 모습이다.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의 2분기 NIM은 전 분기보다 0.02% 포인트 상승했고, KEB하나은행은 전 분기와 같았다.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영향이 커지면서 시중은행들이 대기업 대출 비중을 줄이는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전체 대출 규모를 꾸준히 늘리면서 수익을 극대화하고 있지만 대출건전성에는 특별히 더 신경 쓰고 있다는 의미다. 신한은행의 경우 지난해 말 대비 대출증가율이 가계(3.9%)와 중소기업(4.1%)은 크게 늘었지만 대기업(-5.0%)은 감소했다. 우리은행도 가계 대출증가율이 7.8%에 달했지만 대기업 대출증가율은 0.5%에 그쳤다.

은행권의 대기업 대출은 앞으로 더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이 이달 초 발표한 은행권의 3분기 대기업 대출태도지수는 -25로 집계돼 2분기(-19)보다 더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