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우 리더십’ 거인의 진격 본능을 깨우다

입력 2016-07-25 04:47
만년 최하위권을 맴돌던 롯데 자이언츠. 야구를 향한 홈팬들의 무한 열정과는 달리 리그 성적이 좋았던 기억은 별로 없다. 올 시즌 롯데는 새 사령탑으로 조원우(45·사진) 감독을 선임했다. 신임인데다 KBO 리그 최연소 감독인 그가 그런 롯데에 ‘반전’을 일궈냈다. 전반기 5위의 성적표를 안긴 것이다. 후반기 6경기서 4승 2패로 상승세를 탔다. 이 기세대로라면 조만간 4위로 올라설 모양새다. 말 그대로 ‘거인들의 진격’이 시작된 셈이다.

롯데에게 4위는 여러모로 의미가 크다. 2001년부터 2007년까지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당시 8개 구단 체제에서 4위까지 주어지는 가을야구 티켓을 얻지 못해서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으나, 세 번이나 4위로 턱걸이를 했다. 그것도 2012시즌이 마지막이었다. 그리고 2013 시즌부터 9개 구단, 지난해부터는 10개 구단 체제가 시작됐다. 롯데는 다시 하락세를 탔다. 최고 성적은 5위였다.

가을야구를 갈망하는 거인들에게 4위는 왠지 모르게 꼭 잡고 싶은 숫자다. 4년 만에 중하위권을 벗어나 상위권으로 도약할 기회가 찾아왔다. 4위 SK 와이번스를 바짝 쫓고 있다. 지난해 8위에 그쳤던 롯데는 어떻게 반년 만에 하위권을 벗어난 걸까.

조 감독은 부임하자마자 대대적인 선수단 체질 개선에 돌입했다. 처음부터 근성과 끈기로 무장한 ‘포기하지 않는 야구’를 선수들에게 강력 주문했다. 롯데가 오랜 기간 동안 하위권에 머문 것은 경기를 잘하고도 승리를 내준 경우가 허다했기 때문이다. 조 감독은 지는 것에 익숙해진 선수들에게 “끝까지 집중력을 발휘하라”라고 설득했다. 그러자 선수들이 부응했다. 경기를 쉽게 포기하지 않았고 사소한 실수를 줄였다. 끝까지 이기고자 하는 선수들의 마음이 눈빛에 드러났고, 팀플레이가 살아났다.

롯데는 이제 경기 막판 승리를 빼앗는 팀이 됐다. 지난달 28일부터 30일까지 치러진 삼성 라이온즈와의 3연전에서는 3경기 연속 끝내기 승을 거뒀다. 이는 프로야구 역대 두 번째 기록이다.

롯데의 ‘뒤집기 쇼’는 후반기에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23일 한화 이글스를 상대로 연장 10회 접전 끝에 짜릿한 끝내기 승을 챙겼다. 올해 롯데는 유독 연장전에서 강하다. 10번의 연장전을 치렀는데 7승 3패다. 최근 연장 승부에서는 6연승 중이다.

조 감독은 후반기 초반을 올 시즌 가을 야구를 위해 가장 중요한 승부처라고 내다봤다. 일단 5위를 지키는 게 우선이라고 판단했다. 한 경기에 불펜 투수들을 대거 기용해 승수를 쌓았다. 그러자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던 5위 쟁탈전에서 한발 앞서기 시작했다. 후반기 들어 6위 KIA 타이거즈, 7위 한화를 상대해 차례로 위닝 시리즈를 장식했다.

선수기용도 눈에 띈다. 젊은 선수를 라인업에 올려 변화를 추구했다. 2번 타자로 나서는 나경민이 대표적이다. 나경민은 지난 9일 LG 트윈스전에서 1군에 데뷔했다. 나경민은 타격 능력과 저돌적인 주루 플레이를 선보이며 팀의 새 활력소로 거듭났다. 짐 아두치의 대체 선수로 합류한 외국인 타자 저스틴 맥스웰의 활약은 호재다. 3번 타자로 한국 무대에 금새 적응해 롯데의 상승세에 불을 지피고 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