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전대, 조직투표보다 ‘될 사람’ 민다?

입력 2016-07-25 00:16
새누리당의 당권 경쟁이 속도를 내면서 당권 주자들의 공약 발표가 이어지고 있다. 정병국 의원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주영 의원은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가진 오찬 간담회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김용태 의원이 여의도당사에서 가진 '당대표 후보 비전 선포식'에서 8·9전당대회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있고, 이정현 의원도 같은 장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기 위해 당사로 들어서고 있다(왼쪽 사진부터). 곽경근 선임기자, 뉴시스

지난 19일 경기도의회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이 연 정책간담회에 이정현 이주영 정병국 한선교 등 4명의 당대표 후보들이 참석, 정견발표를 했다. 친박(친박근혜)계 한 중진 의원은 간담회 후 도의원들을 대상으로 “당대표로 누구를 선택하겠느냐”고 물었다. 예상과 달리 90% 이상이 한 후보를 꼽았다. 그는 24일 “도의원들이 계파와 관계없이 이 사람이면 당이 변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들어 한 후보에게 높은 점수를 줬다”고 말했다.

대선을 관장하는 새 대표를 뽑는 8·9전당대회가 조직투표로 흐를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는 관측이 여권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서청원 최경환 의원 등 거물들이 불출마한 데다 ‘1인2표제’가 ‘1인1표제’로 바뀐 점이 소신투표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는 얘기다.

영남 출신 재선 의원은 “‘계파 오더’보다 인물을 보고 선택하겠다는 게 밑바닥 기류”라고 전하며 “같은 계파 후보 간 단일화나 교통정리로 표 쏠림 현상을 기대하기도 힘들다”고 했다.

양대 계파 핵심부에서도 인위적인 교통정리, 즉 ‘줄 세우기’를 통한 대표 만들기보다 “될 사람을 밀자”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비박(비박근혜)계 좌장인 김무성 전 대표가 당 혁신 명분을 내세우면서 “(비주류 중) 1등할 사람을 밀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대규모 지지 모임을 가진 김 전 대표에 이어 서 의원이 전대 후보 등록일(29일)을 앞두고 대규모 친박계 의원 모임을 준비하는 등 양대 계파 수장이 세 과시에 나섰지만 노골적인 후보 지원은 못할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전대가 계파 간 이전투구 양상으로 흐를 수 있는 데다 대선을 앞두고 패배하는 진영은 치명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이번 전대가 당내 선거운동 방식의 개혁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는다. 선거 캠프를 통해 여론전과 함께 세를 불리고, 후보가 전국의 당협과 지역 의원 모임 등을 찾아 당직이나 지원을 약속하는 예전 선거운동 방식이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